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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밸류업 최종안에 담겨야 할 것들

[기자수첩] 밸류업 최종안에 담겨야 할 것들
김찬미 증권부
"당근도, 채찍도 없네요."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지난 2일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 2차 세미나를 열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핵심은 '자율'이다. 밸류업 참여기업들은 연 1회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목표를 공시해야 하는데 전적으로 기업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장기적이고, 진정한 밸류업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율적으로 기업에 기업가치 제고를 맡긴다는 것이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공감하지 못했다. 반응은 싸늘했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일부 투자자는 가이드라인이 공개된 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은 건 그간의 업보 때문이다. 수년간 제자리인 주주환원율, 해외 대비 저조한 기업가치와 배당수익률 등이 학습효과가 돼 '새로운 장치가 없다'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투자자에게 심어준 것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29%에 불과했다. 중국(32%)보다 낮고, 미국(92%)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선진국과 신흥국 수준을 한참 밑돈다. 지난해 기준 코스피의 PBR은 1.0배로 인도(4.4배), 대만(2.7배)에 비해서도 뒤진다.

소극적이고, 관망하는 태도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반전을 줄 수 없다. 당근이든, 채찍이든 책임지고 선명하게 밀고 나가야 투자자들이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밸류업 프로그램 최종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당국 관계자는 밸류업 세제지원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가 끝나는 대로 발표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이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선택했다면 최종안에는 법인세 세액공제에 대한 파격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면 싸워보고, 설득도 해가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애덤 스미스는 "우리가 저녁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 양조장 주인, 빵 굽는 사람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이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밸류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의 선심에 기댈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이 달린 문제여야 한다.

hippo@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