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테헤란로] 공수처 2기, 수사로 증명해야

[테헤란로] 공수처 2기, 수사로 증명해야
정지우 사회부 차장
오동운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2일 첫 출근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오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하면서 공수처 수장 자리의 공백이 4개월 만에 겨우 채워진 것이다. 전임인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월 퇴임했다.

오 신임 처장은 20년 경력의 정통 법관 출신이다. 2009년에는 서울고법에서 부패사건 전담재판부 판사를 맡은 경력도 있다. 공직생활 동안 논란거리가 없었고, 판사였다는 점을 근거로 윤 대통령과 접점이 많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따라서 공수처의 독립성·중립성을 지킬 수 있다는 기대가 들린다.

다만 전임자에 이어 다시 수사 경력이 없는 판사 출신 처장이 지명됐다는 점에서 공수처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수사력 부족'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당장 오 신임 처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수두룩하다. 수사력 논란을 잠재우려면 수사 실무를 지휘할 공수처 차장 자리에 최고의 적임자를 앉혀야 한다. 정원 25명과 비교해 한참 부족한 19명이라는 공수처 검사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수사 의혹, 감사원의 국민권익위원회 표적감사 의혹 등 여론의 관심을 받는 수사 역시 흔들림 없이 진행해 나가야 한다.

공수처에 부여된 수사권과 기소권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공수처는 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관에 대해서만 수사·기소권을 갖는다. 나머지 고위공직자의 경우 수사밖에 할 수 없다. 정치권 등 외부로부터 수사와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든든한 울타리 역할 또한 해야 한다. 공수처는 출범 때부터 여야 정쟁의 중심에 섰었다. 이에 앞서 조직 안정화는 기본이다.

사실 그동안 공수처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처장 지명이 늦어진 데다 여운국 전 차장, 김선규 수사1부장까지 임기 만료와 사직 의사를 표명하는 등 손을 놓으면서 공수처는 '처장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로 파행 운영됐다. 일부 사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해도 수장의 공백은 어떤 형태로든 표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자리를 찾기 위한 첫걸음을 늦었더라도 내디뎠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면 된다. "공수처가 여러 미흡한 점도 있겠지만 국민을 마음으로부터 섬기고 성과로 보답하고 국민으로부터 꼭 3년 내에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처장으로서 열심히 하겠다"는 출근길 발언을 반드시 지키면 된다는 뜻이다.

jjw@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