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9천여 가구 선도지구 지정키로
전세 대책 세우고 절차도 투명하게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기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3만9000여가구가 올해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된다.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중동·산본 각 4000가구 등이다. 1기 신도시 정비대상 주택물량의 10∼15%로 당초 계획(5∼10%)보다 규모가 늘었다. 2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선도지구는 오는 11월 최종 결정된다고 한다. 선도지구, 즉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안전진단 면제,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등 여러 규제가 풀린다.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 기간도 7년 이내로 단축된다. 첫 선도지구는 내년에 바로 재건축을 추진해 2030년 입주할 수 있다.
노후 신도시 재개발은 여러 순기능이 있다. 입주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생활·교통 인프라를 갖춘 주택 공급을 늘린다. 선도지구 적용대상은 1기 신도시를 포함해 서울 가양, 경기 용인 수지, 경기 안산, 경남 창원 등 전국 108곳(215만채)에 이른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도 할 것이다. 재개발 연관산업을 활성화하고 고용창출 등의 효과도 볼 수 있다. 입주민들도 상수도관 부식이나 누수, 좁은 주차장 문제 등 여러 불편을 해소해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다.
선도지구의 혜택은 파격적이다. 용적률(현재 169~226%)이 최대 750%로 완화되고, 높이도 최고 75층까지 허용된다. 이 때문에 첫 선도지구에 선정되려는 경쟁도 과열 조짐을 보인다고 한다. 선도지구 지정 여부를 가르는 소유주 동의율이 이미 80%를 넘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여럿 있다고 한다. 한 치의 시비가 없도록 선정권을 가진 자치단체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신도시 재개발을 이왕 시작한 이상 신속하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가장 먼저 전세대란이 우려된다. 통상 재건축·재개발에 따라 이주민은 학군·직장 등을 고려해 인근으로 집을 옮긴다. 대규모 이주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면 전월세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신혼집을 구하려는 부부나 대출을 받아 전세를 구하려는 일반 세입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
정부는 이날 실질적인 이주대책까진 내놓지 않았다. 전세 수급 모니터링과 신규 공급 확대 등 원론적인 대책 발표에 그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치솟은 공사비 등의 악조건으로 인근 유휴부지 이주단지 조성계획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전세대란과 부동산 시장 과열이 없도록 후속조치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대규모 재개발인 만큼 완공 후에 잡음이 일지 않도록 처음부터 계획을 잘 세우기 바란다. 자치단체장의 재량권 남용 우려 등 부작용 차단대책도 요구된다.
거주민이 크게 늘어나는 고밀도 개발이니만큼 도로·교량·상수도·가스관 등 제반시설 확충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용적률 상향 특혜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 등의 형평성 문제도 풀어가야 한다. 신혼·다자녀 부부를 우대하는 방안도 빼놓아선 안 되며 인구구조 변화도 설계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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