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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빼내 주식한 재무팀장···회사는 잠적 후에야 알았다

금감원, 주요 회계감리 지적사례 발표
내부통제 체계 구축 등 유의사항 6가지도 전파

돈 빼내 주식한 재무팀장···회사는 잠적 후에야 알았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 재무팀장 A씨는 회사 명의 증권계좌를 무단으로 개설한 뒤 회사 은행계좌 자금을 이곳으로 이체했고, 그 돈을 다시 본인 명의 증권계좌로 넘겼다. 그리고 이를 주식 매매에 썼다. 증권계좌는 은행계좌와 달리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연동돼있지 않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이처럼 기업 자금·회계담당 직원이 내부통제 균열을 악용해 횡령하는 등 회계위반 사례가 지속 발생하면서 금융감독원이 불법행위 적발에 더해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나섰다.

23일 금감원에 따르면 상장사 횡령·배임 공시 건수(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는 지난 2019년 68건에서 2020년(52건), 2021년(36건), 2022년(13건)으로 줄다 2023년 48건으로 다시 튀어 올랐다. 올해도 1·4분기에만 11건이 공시됐다.

돈 빼내 주식한 재무팀장···회사는 잠적 후에야 알았다
상장회사의 횡령·배임 공시건수(기재정정 제외) / 자료=금융감독원 제공
A씨는 투자손실이 발생하자 자금일보·잔고증명서를 허위로 꾸며 회사가 현금을 정상 보유 중인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했다. 하지만 손실이 누적되자 자금을 현금 등으로 인출한 뒤 잠적했다. 회사는 A씨 무단결근을 이상하게 여겨 내부조사를 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인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A씨는 공인인증서, OTP를 통해 상급자 승인 및 전표처리 없이 인터넷뱅킹 이체·출금이 가능했다”며 “역시 업무분리가 되지 않았고, A씨가 과거 자금관리 내규를 위반한 적인 있었음에도 담당자 교체를 실시하지 않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5년 넘게 자금팀에서만 근무한 과장 B씨는 계좌이체 및 전표입력 등 통제절차가 허술한 점을 파악했다. 미등록 계좌에도 송금이 가능하고, 상급자 승인절차도 없었다. 이에 B씨는 회사 계좌에 있던 돈을 본인 은행계좌로 이체했다. 이후 장부상 현금잔액과 실제 수치를 맞추기 위해 횡령액을 거래처 매입채무 지급으로 위장했다.

이 같은 회계위반 행위는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B씨는 결산 직후 매입채무 허위 회계처리를 원래 금액으로 복원(역분개)했지만, 이 사실이 상당 기간 발각되지 않자 비슷한 수법으로 5년 이상 횡령을 반복했다. 결국에는 누적 횡령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백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무팀 직원이 승인 없이 임의 계좌번호를 이체계좌로 등록·수정이 가능했고, 상급자 승인 없이 본인이 기안한 전표를 장부에 입력할 수 있는 권한도 가졌다”며 “B씨는 자금과 회계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등 분장이 미비해 증빙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사 경리팀 부장 C씨는 결재 없이 회사 명의로 은행에서 무역금융차입(수입대금 결제 등을 위한 단기 기업대출)을 실행하고 본인 계좌로 이체했다. 이후 회사 자금으로 상기 차입금을 상환하고 장부상 현금부족액은 매출채권을 과대계상해 횡령 사실을 은폐했다.

대표이사, 재무담당 임원이 월별 예금현황 점검 시 입출금내역 및 잔액을 통장 실물 등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 같은 횡령은 11년에 걸쳐 이뤄졌고, 회사는 C씨가 잠적하고서야 이를 알아챘다.

이 같은 유형들이 반복되는 만큼 금감원은 회사들을 상대로 유의사항을 전파했다. △계좌개설·출금·이체·전표입력 승인절차 갖추기 △자금-회계 담당자 업무 분리 △자금·회계 담당자 주기적 교체 △현금 및 통장잔고 수시 점검 △통장·법인카드·인감 등에 대한 분리 보관 및 승인절차 구축 △내부감사 체계 마련 등 6가지다.

금감원은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유관기관을 통해 횡령 관련 회계감리 지적사례를 배포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에 중요 취약사항이 있는 경우 회계처리 기준 위반 조치 수준을 1단계 가중할 예정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