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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달 10년 만에 안보리 의장국…"北도발시 언제든 회의 소집"

한국, 내달 10년 만에 안보리 의장국…"北도발시 언제든 회의 소집"
황준국 주 유엔 한국대사. 2023.3.2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선출직 비상임 이사국인 한국이 오는 6월 한 달간 안보리 의장국을 맡는다.

한국이 안보리 의장국을 맡는 것은 직전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임기 중이었던 지난 2014년 5월 이후 10년 만이다.

황준국 주유엔 미국대사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개최하고 오는 6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을 수임하는 것과 관련한 계획 등을 밝혔다.

안보리는 15개 이사국이 영문 국가명에 따른 알파벳 순서로 돌아가면서 한 달씩 의장국을 맡는다. 올해부터 2년 임기의 안보리 선출직 비상임 이사국(E10)에 진입한 한국은 오는 6월과 내년 9월 또는 10월에 의장국을 맡을 예정이다.

안보리 의장국은 각종 공식 회의는 물론 비공식 협의를 주재하며 다른 유엔 회원국과 유엔 기관들에 대해 안보리를 대표하는 권한을 갖는다.

의장국은 한 달 단위 회의 일정을 담은 작업 계획(POW)을 매월 초에 발표한다. 6월 의장국인 한국은 내달 3일께 POW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사는 "지난 몇 년간 한국의 유엔내 위상이 현저하게 올라갔고, 국제정세의 전반적 변화로 안보리내 P5(상임이사국)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붕괴되고, 소위 E10이라고 불리는 비상임 이사국의 역할 등이 현저히 향상된 오늘날 우리가 안보리 의장국을 맡게 돼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대사는 "안보리 의장국은 이사국들과 협의를 거쳐 안보리에서 어떤 의제를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일차적인 결정 권한을 갖기 때문에 주요 국제 현안의 논의 방향과 국제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의장국은) 작업계획에 명시된 회의 외에도 필요시 긴급회의 등 추가로 회의를 소집하게 된다"면서 "의장국은 한 달 동안 안보리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보리 의장국은 안보리 공식 의제와 별도로 공개 토의 형식으로 개최되는 시그니처 이벤트(대표 행사)를 추가할 수 있는데,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사이버 안보를 주제로 한 고위급 안보리 공개 토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황 대사는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직접 참석해 공개토의를 주재할 예정이라며 "핵심 기반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민간 정보 및 가상자산 탈취와 같은 악성 사이버 활동은 초국경적 성격을 가지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서방과 비서방,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국가를 막론하고 모든 국가가 당면한 안보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도 현재 사이버 안보는 안보리 공식 의제가 아니며 정례적으로 논의가 이뤄지지도 않고 있기 때문에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의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기관인 안보리가 이같은 새로운 중요 안보 이슈를 앞으로 어떻게 다뤄나가야 하는지는 시대적인 도전 과제"라고 부연했다.

이어 "이미 지난 4월4일 한미일 3국은 사이버 안보에 대한 회의를 공동 개최했고, 동 회의에 60개국 이상이 참석해 이 문제의 중요성과 안보리의 역할 제고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 바 있다"면서 "6월 안보리 공개 토의는 이러한 모멘텀을 계속 살리고, 앞으로 안보리에서 사이버 안보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키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대사는 "우리는 안보리 이사국 수임 기간 계속해서 북한을 포함한 다양한 악성 사이버 활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제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가상자산 탈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안보 이슈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와도 연계된 사안으로 보고 있다.

황 대사는 북한 문제와 관련, "북한은 올해 군사정찰 위성 3개를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이미 발표했고, 위협적인 핵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지 도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우리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안보리 회의를 소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리 산하 북한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임기가 종료된 데 대해 재차 깊은 유감을 표한 뒤 "전문가 패널의 임무 종료와 무관하게 기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유효하다"며 "1718위원회라고 불리는 안보리 산하 북한 제재위원회는 그대로 존속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모든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변함없이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현재 우리는 대북 제재 전문가 패널이 해체된 후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체 메커니즘을 구축하고자 미국, 일본 등 우방국들과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런 논의는 안보리를 넘어 총회 차원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안보리 공식회의가 지난해 8월 약 6년 만에 개최됐다고 상기시킨 뒤 "북한의 핵과 인권 침해는 북한 정권 영속화라는 목표하에 뿌리가 같은 문제"라며 "북한의 핵 문제와 인권 문제간 연계성에 대해 상당수 유엔 회원국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 인권 관련 안보리 공식회의를 다시 정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며, 올해도 공식회의 개최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인권 공식회의 개최 시기에 대해 "우리가 금년도에 공식 회의를 추진하는데 지금 시기를 특정해서 말씀드리기엔 조금 이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황 대사는 내주 한일중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것과 관련, "유엔 안보리내 한미일 3자간 긴밀한 공조뿐만 아니라 한일중 간에도 가능한 협력의 접점을 넓혀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새로 부임한 중국 대사와도 6월 안보리 일정과 관련해 상세히 협의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중요한 문제에 대해 서로 입장이 전혀 다르다 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안보리라는 공간을 활용해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면서 "(다음 주에) 한일중 정상회의를 하고 나면 (중국과) 분위기가 훨씬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대사는 아울러 6월 안보리에서 아동과 무력분쟁을 주제로 한 연례적인 공개토의가 개최될 예정이며, 국제 원로그룹인 '디 엘더스(The Elders)'를 대표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공개 토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6월 안보리에선 △아동과 무력분쟁을 주제로 한 연례적인 공개토의 개최 △수단·소말리아·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등과 관련한 아프리카 지역 이슈 회의 △시리아·예멘·이스라엘 정착촌 등 중동 이슈 관련 회의 △아프가니스탄 문제 △시리아 화학무기와 이란 핵 문제 등 비확산 논의 △가자 사태 및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추가 회의 소집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 대사는 "2년간의 안보리 이사국 활동, 특히 6월 의장국 활동이 우리나라의 유엔 내 위상에 걸맞게 외교 지평을 넓히고, 또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외교 진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