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총참모부, 19일 대통령 헬기 추락 1차 보고서 발표
총격 등 외부 공격 흔적 없어...따로 총탄도 발견 안 돼
사망한 라이시 대통령은 23일 고향에 안장
이란 적신월사가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 속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탑승했던 헬리콥터가 이란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한 모습.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란 정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통령 헬리콥터 추락 사건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란 측은 일단 총격이나 기타 외부 공격의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란군 총참모부는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향년 63세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19일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 주(州)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는 행사 이후 일행과 3대의 헬리콥터를 이용해 주도 타브리즈의 정유공장으로 이동했다. 2대는 무사히 도착했지만 그가 탑승한 헬리콥터는 이란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서 연락이 끊겼다. 당시 사건 현장에는 짙은 안개 속에서 폭우가 몰아쳤다. 이란 구조팀은 연락 두절 이후 12시간 만에 완전히 불에 탄 잔해를 발견했으나 생존자를 찾지 못했다. 아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 장관은 헬리콥터가 "악천후와 안개로 인해 경착륙할 수밖에 없었다"며 테러 가능성을 배제했다.
골람 호세인 에스마일리 이란 대통령실장은 22일 국영 IRNA통신과 인터뷰에서 사고 당일 댐 준공식에서 이륙할 당시만 하더라도 공기가 깨끗하고 날씨가 맑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을 수행했으나 대통령이 탑승한 대열 가운데 헬리콥터가 아닌 대열 후미 기체에 탑승했다. IRNA에 의하면 헬리콥터들은 계획된 항로대로 비행하던 도중 계곡에서 구름과 만났다. 대통령 헬리콥터의 조종사는 앞뒤 헬기에 "구름 위까지 고도를 높이라"고 알렸다. 후미 헬리콥터의 탑승자들은 구름 위로 올라간 뒤 약 30초가 지난 뒤 전방에 대통령 헬리콥터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IRNA는 대통령 헬리콥터가 사라진 지점에서 기상이 매우 맑았다고 설명했다. 에스마일리는 "우리 헬리콥터의 조종사가 '무선으로 아무리 호출해도 답신이 없다. (대통령의) 기체가 비상 착륙한 것으로 가정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남은 2대의 헬리콥터는 연락이 두절된 헬리콥터를 찾기 위해 상공을 몇 바퀴 돌아봤으나 구름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원래 목적지로 향했다.
23일 총참모부는 조사 결과 사고 기체가 추락 전 예정된 항로를 비행하고 있었으며 추락 전까지 항로 이탈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총참모부는 추락 약 1분 30초 전에 사고 헬기 조종사가 같이 비행하던 다른 2대의 헬기 조종사들과 무전 교신을 했으나 대화 내용에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총참모부는 추락 헬기 잔해에서 총탄 등과 같은 의심스러운 물건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총참모부는 사고 헬기가 추락 직후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위원회는 전문가와 기술자 등으로 구성됐으며 20일 아침 사고 현장에 도착해 조사를 시작했다.
라이시의 장례식은 21~23일 진행됐다. IRNA에 따르면 라이시의 유해는 23일 이란 호라산주 마슈하드 이맘 레자 영묘에 안장됐다. 마슈하드는 이슬람 시아파 정통파 12이맘파의 성지이자 라이시의 고향이다.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일 발표에서 오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대통령 보궐선거 후보 등록을 받고, 6월 12~27일까지 대선 운동기간이라고 밝혔다. 선거일은 6월 28일이다. 2021년 8대 대통령에 취임한 라이시는 임기를 약 1년 남기고 사망했으나 새로 뽑히는 9대 대통령은 4년의 임기를 새로 시작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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