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럴링크 창립한 머스크, 파리 비바 테크놀러지 행사 화상 연설
미래 AI 및 로봇이 인간 일자리 모두 빼앗아 물건 및 서비스 제공
인간의 직업은 선택적인 취미 활동 될 것, 생활 보장할 소득 제공해야
AI 보편화 시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 달라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운데)가 19일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에 맞서기 위해 인간 스스로 뇌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론 머스크가 머지않아 AI와 로봇이 인간의 모든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예견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며 앞으로 인간은 취미로 노동을 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미국 CNN에 따르면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머스크는 23일(현지시간) 화상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비바 테크놀러지’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유럽 최대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박람회인 해당 행사 연설에서 AI가 인간의 직업을 모두 빼앗을 것이라며 “아마도 우리 모두 직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 인간들의 직업 활동이 “선택적인” 활동이 된다고 내다봤다.
머스크는 미래에 “만약 당신이 직업을 갖는다면 일종의 취미 같은 것이며 직업을 가져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노동과 상관없이 “AI와 로봇들은 당신이 원하는 어떠한 물건이나 서비스라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위해서는 세계 정부가 “보편적인 고소득(UHI)”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CNN는 머스크가 UHI에 대해 어떤 형태인지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 인공지능 기업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지난해 6월 한국 서울의 가상자산 관련 행사에서 AI 발달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지적했다. 그는 AI 신사업에 ‘로봇세’와 비슷한 세금을 부과해 그 돈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기본소득(UBI)’를 지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CNN은 UBI를 놓고 각국 정부가 국민에게 각자의 소득과 무관한 일정 금액의 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23일 AI의 발달로 “물건이나 서비스가 부족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간의 직업이 사라진 다음, 인간이 느낄 공허함을 언급했다. 머스크는 “만약 컴퓨터와 로봇이 당신보다 모든 일을 더 잘한다면 당신의 삶은 의미가 있을까?”라며 “나는 아직 인간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공상과학 소설가 이언 뱅크스가 1987년부터 출간한 8편의 ‘컬쳐’ 시리즈 소설들을 언급하며 “미래 AI 시대를 가장 잘 묘사한 소설”이라고 극찬했다. 머스크는 첨단 기술이 사회 운영의 근간이 되는 해당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지난 2016년 7월에 미국에서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업 ‘뉴럴링크’를 창업했다.
캐나다 서스캐처원주에 거주하는 뇌줄중 환자 앤 존슨(왼쪽)이 뇌파를 문자나 음성 등으로 변환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의 도움을 받아 화면 속 아바타를 거쳐 남편과 대화하고 있다.(지난해 8월 24일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SCF) 의과대학 유튜브 갈무리).뉴스1
그는 뉴럴링크 설립 직전인 2016년 6월에 한 IT 행사에서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지면 인간이 판단권을 AI에게 뺏겨 결국 인간이 AI의 애완동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플란트같은 장치를 "인간의 뇌에 삽입해 두뇌를 강화하고 AI의 발전 속도를 따라간다면 AI에게 지배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소셜미디어 엑스(X)에 "뉴럴링크가 장기적으로 인간과 AI 및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을 개선하여, AI가 인류 문명에 끼치는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적었다.
한편 CNN은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가 기대보다 멀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컴퓨터 공학 및 AI 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AI의 보급률은 기존 예측보다 느렸다. 연구진은 AI에 취약하다고 불렸던 직업에서 여전히 사람이 일한다며, 고용주 입장에서는 AI 도입 및 자동화가 경제적으로 유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CNN은 정신 건강 상담사나 교사 등 다른 인간을 상대로 높은 수준의 감정 교류가 필요한 직업은 AI로 대체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의 로빈 리 CEO는 22일 비바 테크놀러지 행사에서 범용인공지능(AGI·사람과 유사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갖춘 AI) 등장 시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AGI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아마도 2년, 혹은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내 생각엔 10년 이상 남았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오픈AI의 올트먼은 지난 1월에 AGI가 "합리적으로 가까운 미래"에 개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머스크는 AGI 출시 연도가 2026년이라고 예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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