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색 늑대 <뉴욕 타임스 캡쳐>.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면 늑대 전매사업을 해 갚겠다'고 속여 수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5단독 전진우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사기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이후 항소를 취하해 형이 확정됐다.
A씨는 B씨에게 "늑대를 구매한 뒤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비용을 빌려주면 수익을 내 변제하겠다"는 거짓말을 해 총 2억516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투견장에서 서로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총 54회에 걸쳐 투자금을 입금 받았으며, 2020년 11월부터 약 한 달 동안 계속해서 말을 바꿔가며 B씨로부터 돈을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늑대를 매수한 사람이 수표로 1억원을 지급했는데 거스름돈을 줘야 수표를 지급받을 수 있으니 천만원을 빌려달라", "구입한 늑대를 옮기는데 필요한 인건비와 이동비를 빌려달라", "늑대 검사를 하러 온 수의사가 늑대에게 물려 다쳐 치료비를 물어줘야 하니 이를 빌려달라" 등의 거짓말을 치며 B씨로부터 돈을 입금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사실 늑대를 전매하는 사업을 하지 않은 채 받은 돈을 도박 자금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노래방을 처분해 돈을 변제하겠다고 하며 B씨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흥업소를 관리하는 조직폭력배인 큰형님에게 돈을 줘야한다", "유흥업소를 관리하는 큰형님에게 돈을 줘야 피고인이 운영하는 노래방을 매도할 수 있으니 돈을 빌려달라", "큰형님이 내가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됐는데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등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A씨는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돈을 갈취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둘째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장애가 생겨 이를 치료할 병원비가 필요하니 돈을 빌려주면 월급일에 갚겠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당근마켓에서 만난 피해자에게 "사료업을 하고 있는데 먼저 대금을 주면 대형견의 귓병을 예방할 사료를 주겠다"는 취지로 피해자를 속여 돈을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거짓말을 하고 문자메시지를 조작하는 등 치밀한 방법을 사용했다"며 "피해 규모가 상당히 크고 대부분 피해가 회복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을 하고 있고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고,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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