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의과대학 정원이 27년 만에 늘어나면서 의·정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24일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2025학년도 대학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승인했다. 이로써 내년 의대(의전원 포함) 모집인원은 현재 3058명에서 4567명으로 1509명 늘어난다.
대교협 발표 이후 의료계는 한목소리로 정부 비판에 나섰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정하면 일주일 간 집단휴진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모여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있는 정부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창민 전의비 비대위원장은 "증원이 확정되면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의대생이 유급되면 내년에 새로 들어오는 의대생은 8000명가량으로, 이들을 데리고 의대 교육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공의는 내년까지도 계속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배출이 안 되고, 내후년엔 임상강사가 배출 안 돼서 파국이 벌어질 텐데 그 결과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대교협 결정에 대해 "대교협이 의대증원 마지막 관문을 통과시키년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붕괴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지금이라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철회하고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를 택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정부의 정책 추진에 경악을 금할 수 없으며, 대학입학전형 시행 계획을 심사숙고 없이 확정해버린 대교협의 무지성에 분노한다"며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의대 정원을 급격히 확대하게 되면 의학교육 현장은 극심한 혼란과 질적 부실로 인해 급속히 무너지고 말 것이며, 세계적 수준으로 칭송받았던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붕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정원 증원 문제는 우리나라 전반의 보건의료제도는 물론 국가 재정과 국민 부담, 이공계 기피 현상 등 사회적 문제 등을 모두 고려해 객관적인 근거에 따라 면밀히 검토돼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의협은 "학생과 교수, 온 의료계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끝내 망국적 의대증원을 강행한 정부의 폭정은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며,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철저히 외면한 데 따른 모든 책임 또한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현재 여건에서는 의대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의교협은 정원 배정이 49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난 충북의대 사례를 예로 들며 이같이 밝혔다.
전의교협은 "교육기본시설 등이 모두 49명으로 맞춰져 있어 151명 증원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과다인원으로 인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과 배정 과정이 절차적으로 명백히 위법하다고 평가했다.
전의교협은 "교육부가 학칙 개정 없이 정원을 확정하라는 공문을 각 대학별로 발송해 명백하게 절차 위반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대 증원 집행정지 재항고심을 맡은 대법원에 '항고심 결정이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는 내용 등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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