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0개월 물가 상승률, 2010년 평균 대비 2배 넘어
음식료품, 에너지 주로 소비한 고령·저소득층 구매력 축소
고물가 대응 위해 금리 인상하자 ‘30대 전세거주자’ 손해 커져
물가 상승에 전세금 가치 낮아지고 고금리에 이자비용은 늘어
지난 21일 서울의 한 식당가에서 한 시민이 홀로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전세로 거주하는 30대가 고물가·고금리 시대에서 가장 큰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0년대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지면서 전세보증금의 실질 가치가 하락하고 금리 상승기에 이자비용은 늘어나는 등 물가와 금리에서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결과다.
■식료품 등 필수재 비중 큰 고령·저소득층, 실효 물가상승률↑
한국은행 제공.
2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핵심이슈: 고물가와 소비: 소비바스켓과 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인 영향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최근 40개월 간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8%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대 동일 기간 평균(5.5%)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로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 러·우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수요압력 증대 등 다양한 물가상승 압력이 중첩된 결과다.
고물가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재화소비를 중심으로 소비가 둔화된 가운데 실질 구매력이 가장 크게 축소된 집단은 고령층 및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가계의 소비품목 구성(소비바스켓)을 고려한 실효 물가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2020~2023년 중 고령층(60대 이상)이 체감한 누적물가상승률은 여타 연령층을 약 2%p 정도 상회했다. 이는 고령층이 음식료품, 에너지 등 물가가 크게 오른 필수 품목을 주로 소비하는 데 기인한다. 고연령층이 소득 1, 2분위에서 각각 62%, 39%를 차지하는 만큼 유사한 이유로 저소득층의 실효 물가 상승률도 높았다.
다만 상대적으로 높은 실효 물가상승률에도 취약층의 소비가 둔화된 정도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이후 물가상승이 모든 소비지출 품목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면서 전체 물가상승폭에 비해 가계 간 실효물가 상승률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실효물가가 크게 상승한 계층(저소득·고령층)을 중심으로 기초연금 인상 등 공적이전소득이 상당폭 증가하면서 고물가의 영향을 어느 정도 완충됐다는 분석이다.
정동재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과장은 “고령층은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과 같은 공적이전소득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라며 “국민연금의 경우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지금액을 조정하고 기초연금도 지난 물가 상승기에 정부에서 굉장히 많이 늘려줬기 때문에 물가가 많이 올랐다해도 소득의 실질 가치가 보전돼 물가 상승의 영향이 상당히 완화됐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보증금 가치 떨어졌는데 이자 비용은 상승 “30대 전세거주자 타격 커”
한국은행 제공.
급격한 고물가로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의 가치가 하락한 가운데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까지 고려할 때 30대 전세거주자가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에 전세보증금 자산의 실질 가치가 낮아진데 더해 고금리의 영향으로 변동금리부 금융부채의 이자비용이 더 늘어나는 등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거주자의 경우 2021년 이후 이어진 물가 상승으로 그간 축적한 저축의 가치를 상당히 잃게 돼 중장기적인 소비여력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아울러 중·저연령층 중 차입 등으로 현금흐름 제약이 있는 가계나 노후대비가 부족한 고연령층 등 취약 가계에서도 단기적으로도 소비에 작지 않은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거시모형을 통해 정량분석한 결과 이미 물가상승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실질구매력 축소 등을 통해 소비증가율을 약 4%p가량 낮춘 상태다. 가계별 금융자산·부채의 실질가치 변동에 따른 효과도 같은 기간 소비를 1%p 추가로 위축시킨 점을 고려할 때 5%p 이상 소비를 감소시켰다.
한은은 지난해에는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소비 둔화 영향이 완화됐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와 달리 2023년부터 수요 요인이 약해진 것에도 소비둔화에 상당폭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물가상승 모멘텀이 재반등할 수 있기에 적절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과장은 “앞으로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가계의 소비가 물가로 인해 위축되는 효과도 점차 약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킬 뿐 아니라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부정적인 재분배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