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거래 상대방을 오히려 불리하게 할 수 있어"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현행법상 금지되는 유사수신행위(불법 금융업 등) 사업자라는 사정만으로 이와 맺은 계약을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봐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A사의 회생 관리인이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A사는 부동산 투자업체를 표방하면서 허가 없이 투자금을 모으고 ‘돌려막기’ 식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불법 영업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2018년 6월 A사에 3000만원을 맡긴 대가로 1년간 배당금 580만원을 받았다가 법정에 서게 됐다.
A사를 운영하던 부부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25년과 징역 20년이 각각 확정됐고, A사는 2021년 8월부터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A사의 회생 관리인은 B씨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돌려달라며 2022년 9월 소송을 냈다. 유사수신행위가 불법이므로 투자 약정도 무효이고, 따라서 약정에 따라 얻은 배당금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A사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누구든지 유사수신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적시된 유사수신행위법 3조는 효력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으로 해석했다.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법 3조를 효력규정으로 봐 이를 위반한 법률 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것은 선의의 거래 상대방을 오히려 불리하게 함으로써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취지에 실질적으로 반할 수 있고, 계약의 유효성을 신뢰한 상대방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사수신행위법의) 입법 목적은 행정적 규제나 형사처벌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고,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해야만 비로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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