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처리율 역대 최저...민생법안 무더기 폐기
정쟁으로 얼룩져 민생·경제 법안 외면
고준위법·K칩스법·AI기본법 무산 위기
의료개혁·저출생 해결법마저 빛 못봐
추경호(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나와 회동 결과를 말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1대 국회가 29일로 막을 내리는 가운데 역대 '최저 법안 처리율'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게다가 막판까지 '채상병 특검법' 등 쟁점 현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각종 민생·경제 법안들이 줄줄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끝까지 정쟁으로 얼룩지면서 국회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하지 못해 '무능한 국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1만6733건이다. 총 2만6830건이라는 역대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 처리율은 37.6%에 그쳤다. 20대 국회(37.9%), 19대 국회(45.0%)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지난 2020년 5월 30일 '여대야소' 구도로 문을 연 21대 국회는 4년 내내 정쟁으로 바람잘 날이 없었다. 같은 해 말에 발생한 이른바 '추윤갈등(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으로 시작된 대치는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여소야대 국면에서도 여야가 웃으며 손을 맞잡는 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탓에 국회 문턱을 넘는 법안의 숫자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28일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야당 단독 주도로 열릴 예정이지만 민생과 직결된 법안의 운명은 오리무중이다. 본회의 전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법안들을 처리해야 하지만, 본회의는 물론 법사위까지 여야 일정 합의가 이날 무산되면서다.
이로 인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K칩스법 △AI(인공지능) 기본법 등이 빛을 보지 못하게 된 처지다. 원자력 발전 전면 중단 사태를 막을 고준위법의 경우, 여야가 21대 국회 내 처리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음에도 이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원자력발전의 연료로 사용된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고준위법의 폐기로, 2031년 한빛·고리 원전 등의 가동이 중단될 여지만 커졌다.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늘리자는 'K칩스법'과 AI 산업 진흥과 규제 내용이 담긴 'AI 기본법'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영향을 줘 업계의 수요가 큰 법안이었다.
또한 의료개혁에 필수적인 간호법(진료보조(PA) 간호사 제도화)과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역시 무산돼, 의료 공백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야가 뜻을 모은 구하라법(부양의무 불이행시 상속권 박탈)과 저출생 극복 방안으로 육아휴직 기간을 3년까지 확대하 '모성보호 3법'도 폐기 위기에 몰려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이 국민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며 "여야 모두 치열하게 반성하고 22대 국회에서는 민생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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