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물가와 소비' 보고서
40개월간 누적 물가 12.8% 올라
금리까지 올라 금융자산 가치 하락
고령·저소득층은 실질구매력 축소
30대 전세 거주자가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가장 큰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0년대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지는 등 물가가 급속도로 뛰면서 전세보증금의 실질가치가 낮아진 가운데, 금리 상승기에 이자비용이 늘며 대출상환 부담이 확대된 결과다. 식료품 등 물가가 급상승한 필수재를 주로 소비한 고령층과 저소득층도 물가상승으로 소비여력이 크게 줄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간한 '고물가와 소비: 가계소비 바스켓과 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최근 40개월간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8%(연 3.8%)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대 동일기간 평균인 5.5%(연 1.4%)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고물가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소비가 둔화된 가운데 실질 구매력이 가장 크게 축소된 집단은 고령층 및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크게 뛴 식료품, 에너지 등 필수재의 소비 비중이 두 집단에서 컸기 때문이다. 2020~2023년 중 가계의 소비품목 구성을 고려한 실효 물가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고령층(60대 이상)과 저소득층이 각각 16%, 15.5%로 청장년층(14.3%), 고소득층(14.2%)에 비해 높았다.
급격한 고물가로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의 가치가 하락한 가운데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인상까지 고려할 때 30대 전세거주자가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에 전세보증금 자산의 실질가치가 낮아진 데 더해 변동금리가 많은 탓에 고금리로 이자 비용이 더 늘어나는 등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거주자의 경우 2021년 이후 이어진 물가상승으로 그간 축적한 저축의 가치를 상당히 잃게 돼 중장기적인 소비여력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아울러 중·저연령층 중 차입 등으로 현금흐름 제약이 있는 가계나 노후대비가 부족한 고연령층 등 취약가계에서도 단기적으로도 소비에 작지 않은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거시모형을 통해 정량분석한 결과 이미 물가상승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실질구매력 축소 등을 통해 소비증가율을 4%p가량 낮춘 상태다. 가계별 금융자산·부채의 실질가치 변동에 따른 효과도 같은 기간 소비를 1%p 추가로 위축시켰다.
정동재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2021년 이후 물가가 민간 소비를 상당폭 둔화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킬 뿐 아니라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부정적인 재분배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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