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공개한 압수물품./사진=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마약류 유통으로 사업을 확장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최근 마약류관리법 위반, 범죄집단조직·활동, 사기 혐의를 받는 국내 총책 박모씨(30대·여성) 등 27명을 검거하고 이중 17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 14일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꾸는 중계기 580대를 이용해 81명에게서 1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필리핀에 있는 해외 총책의 지시를 받아 보이스피싱 범행을 위해 모집한 조직원 중 신뢰가 쌓인 이들을 통해 국내에 마약을 밀반입하고 유통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해외 총책은 박씨 조직의 보이스피싱 전달책을 필리핀으로 불러들여 항공편을 통해 마약을 국내에 반입하도록 한 다음 박씨에게 이를 나눠 판매토록 했다. 판매는 무인택배함과 소화전 등을 이용한 '던지기 수법'으로 이뤄졌다. 던지기는 판매자가 유통책에게 지시해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마약류를 숨긴 후 구매자에게만 알려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들이 시중에 유통하고 갖고 있던 마약은 필로폰, 케타민 등 5.77㎏으로 시가 약 29억원 상당에 이른다. 이는 동시에 19만2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아울러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필로폰 860g, 케타민 1193g, 엑스터시 252정 등 시가 9억8000만원 상당의 마약을 압수했다.
경찰은 "최근 범죄조직은 하나의 범죄에 국한하지 않고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모양새"라며 "피싱범죄와 마약범죄는 죄종과 수법은 전혀 다르지만 범행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므로 대포폰(전화번호), 중계기, 전달·수거책 등 범행수단이 사용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싱범죄는 많은 수단이 동원되는 만큼 콜센터 조직과 별개로 자금세탁 조직, 대포폰 유통조직 등 역할별로 조직을 구축하고 수사과정에서 이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죄종을 가리지 않고 범죄에 가담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필리핀에 체류하며 마약류를 국내에 공급한 해외총책을 추적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를 밀반입·운반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해외총책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공조수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