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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각자도생 지방행정구역 개편

[강남시선] 각자도생 지방행정구역 개편
김태경 전국부 선임기자
지방행정구역 개편 논란이 뜨겁다. 경기분도론에 이어 서울 인접 지방자치단체들이 서울 편입을 요청하는 등 지방행정구역 개편을 둘러싼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중앙정부가 행정구역 개편의 틀을 짜서 하향식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자체들이 먼저 나서 개편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거리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로 지방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진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기존 행정구역으로는 이런 현상을 수용하기 어렵고, 미래를 담보할 수도 없어 지금이 행정구역 개편의 적기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개편 방법과 추진 범위다. 서울 확장이냐, 메가시티를 통한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출 것이냐에 따라 다양한 해법과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1995년 7월 민선자치제 출범 이후 인구감소·지방소멸,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 복잡한 행정수요 증가 등 행정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지만 행정체제는 민선자치 출범 후 30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이처럼 행정체제가 시대상황 변화와 동떨어져 있다 보니 시대가 요구하는 발전과 미래상을 수용하지 못하고 주민 불편 및 지역경쟁력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는 지역 간 상생발전, 불합리한 행정구역 조정 등을 위해 자체적으로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활시위를 당겼다.

특히 서울시가 광역화되면서 외곽 지역들이 서울 생활권으로 편입되고 있고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은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데다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 지역에 신도시를 개발하고 광역교통망을 깔면서 기능적 권역이 점점 넓어졌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서울 확장을 통한 행정구역 개편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메가시티를 활용한 균형발전에 좀 더 무게를 실을 것인지가 향후 논쟁거리다.

문제는 정부가 균형발전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실상은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서울 중심의 행정구역 개편에 방점을 두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다. 서울 주변에 신도시를 계속 만들고 있어 서울의 광역화 현상은 서울을 지나치게 비대화하는 왜곡된 행정구역 개편이 불가피해지고 있어서다. 서울을 둘러싼 수도권 확장론은 동질성이 강한 기능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의견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지만 경기도와 행정구역 개편에 따르는 마찰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신도시 건설 등 수도권 도시기능 변화를 감안할 때 서울 확장이 실익이 있고, 지방도 메가시티 방향으로 가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투트랙 전략인 셈이지만 잘못하면 아무 시도도 하지 못하고 논의에 그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일부 전문가는 서울 확장은 수도권 내에서 이뤄지는 사안이라 지방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에서 서울 확장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절벽과 수도권 편중, 집값 상승으로 인한 서울인구 감소 등이 혼재된 상황에서 서울 확장은 수도권 전체에 큰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비수도권, 지방도 행정구역 개편 필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에 비례해 교통망, 산업단지, 일자리 정책 등 효율성을 담보할 메가시티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에 못지않다.
수도권과 지방을 합친 전 국토를 대상으로 행정구역 논의를 해야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높지만 각 지역과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변수가 워낙 많아 쉽게 결론을 내기 힘들다. 논의에 앞서 명확한 기준과 범위를 사전 조율할 공론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미래지향적 행정구역 개편에 걸맞은 방식을 도출해내는 합리적 절차와 방식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ktitk@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