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21일 열린 1차회의서
사용자위원 반대 속 안건 상정 요구
플랫폼·특고종사자 310만명 추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해당 안돼
캐스팅보트 공익위원 결정에 촉각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처음으로 배달 라이더(기사) 등 플랫폼·특수고용종사자(특고)와 같은 도급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 문제를 논의하기로 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주장한 노동계와는 달리 경영계는 이를 반대하고 있어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최임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최임위는 지난 21일 열린 제1차 전원회의에서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안건을 상정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플랫폼·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 최저임금을 적용 받지 못하는 노동자에 대해 도급 최저임금제를 적용하자고 요구했다.
사용자위원들은 관행상 논의한 바 없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도 관련 심의가 요청되지 않았다며 반대했지만 하헌제 최임위 부위원장이 '논의가 가능한 부분'이라며 노동계 요구를 수용했다. 도급근로자란 일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통상 근로자와는 달리 근로시간이 아닌 성과를 기준으로 보수를 받는다. 일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근로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배달 라이더·택배기사·보험설계사 등 특고·플랫폼 종사자는 전통적 근로계약이 아닌 개별 사업자로 계약을 맺어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이로 인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노동계는 올해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을 논의해 이들이 추후 근로자성을 판정받는 데 도움을 주는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플랫폼 종사자의 숫자는 약 80만명으로 취업자의 3.0%다. 이는 전년(2021년) 66만명 대비 20.3% 증가한 수치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근로 실태 파악 및 법적 보호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특고종사자 수는 230만명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최저임금법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를 근거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이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논의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법 제5조3항을 근거로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주장할 전망이다. 이 조항은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진 경우 시간·일·주·월 단위로 정하는 최저임금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달 노동자의 경우 화물 운수 종사자의 최소 운임을 적용했던 안전운임제, 웹툰 작가에게는 컷당 임금 등 형태로 적정 임금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및 프리랜서, 특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제도가 적정 임금 보장을 위한 최소 수준의 안전장치로 기능하며 최저임금이 국가의 보편적인 사회 안전망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확대로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최임위 심의에서 부결된 편의점과 택시운송업, 숙박·음식점업 등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업종들이 재소환될 수 있다.
양측이 각자 다른 것을 주장하고 있어 결국은 공익위원들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업종별 차등적용 안건도 공익위원들이 노동계 손을 들어주며 도입되지 않았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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