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정부가 영주권 자격을 강화하는 '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한인 사회가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정안이 실시되면 영주권자의 생존권에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15일 세금·사회보험료 미납,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외국인의 영주자 재류자격을 취소할 수 있는 입국관리법 개정안을 각료 결의했다. 국회로 넘어간 개정안은 지난 21일 중의원(하원)에서 가결됐고, 현재 참의원(상원)에서 심의 중이다.
한인 사회에서는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목줄을 채우는 개악안'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민단을 포함한 한인 및 관련 단체들은 6월 6일 '일본 정부의 입국관리법 개정안의 재고를 촉구하는 긴급집회'를 예고하고, 각각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한인 단체들은 개정안은 지극히 어려운 영주권 취득 과정에 비해 터무니없는 조건으로 영주권을 취소할 수 있는 '졸속안'이라며, 외국인을 단순히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일본 정부가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반대성명을 낸 최대 한인단체 민단은 "법안이 한국인의 생명과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법안 시정을 촉구했다. 민단은 "소액의 세금을 체납하거나 과실범죄 등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재류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입장에 놓이는 것 자체가 영주자에 대한 심각한 차별"이라며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는 '포용사회'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일본에 거주하게 된 다양한 사정이 있는 영주자에 대한 너무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재일본한국인총연합회도 입국관리법 개정을 반대하는 성명에서 "위법행위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가 부족하고, 전문가 회의 등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법안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이번에 제기된 법안은 영주자의 안정감과 신뢰감을 위협하는 것으로, 부당한 취급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한인회는 이어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 대부분이 일본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건전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영주권자의 생활·인권·권리와 이익을 고려해 공정한 판단으로 추진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인 사회에서는 지금까지도 중대한 형사처벌을 받는 등으로 영주자격은 취소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사소한 이유와 자의적 행정 운용으로 영주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이 포함된 점을 특히 걱정하는 분위기다.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는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중한 책임을 지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면서 "일본에서 장기간에 걸쳐서 생활기반을 구축하고 정해진 규정에 따라 어렵사리 취득한 영주권에 대해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하는 심각한 차별"이라고 전했다.
이어 "개악안은 영주자의 기본생활권을 현저하게 침해하고, 나아가 인권에 저촉되는 엄중한 문제를 야기한다"며 "일본이 이미 가입한 국제인권자유권 및 인종차별 철폐 조약 등에도 위반한다"고 말했다. 상인회는 또 "영주자에 대한 특별한 취급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공생사회의 일원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며, 일본이 글로벌 리더에 어울리는 정책을 입안하고 상응하는 제도를 정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본 영주권자는 2023년 6월 기준 88만명으로, 재류외국인의 27.3%에 이른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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