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마지막까지 공방
정부과제·민생법안 처리 못해
22대 국회서 다시 시작해야
이사로 분주한 의원회관. 제22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29일 의원회관에 의원실 입주를 위한 이사가 한창이다. 연합뉴스
21대 국회의 임기가 막을 내리며 '계류' 상태에 있던 법안들이 무더기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입법을 위해서는 22대 국회에 새로 법안을 제출해 첫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처지다. 특검 등 정치적 문제로 국회 마지막 날까지 공방을 주고받는 가운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조세특례나 신용카드 세액공제와 같은 민생법안은 소위원회 단계조차 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건전재정'의 포석이라고 여겨진 재정준칙은 43개월여의 계류 끝에 결국 도입이 불발됐다.
■정부 주요과제 불발…민생법안 좌초
29일 국회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폐기가 예정된 법안은 1만6359개에 이른다. 본회의 상정 전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인 법안만 1778개다. 마지막으로 법사위 문턱을 넘은 법안은 지난 2월 29일 '이태원특별법'으로, 이후 3개월여 동안 단 1개의 민생법안도 입법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
올해 초부터 5월까지 25차례의 민생토론을 거치며 나온 여러 민생법안 모두 21대 국회와 함께 우선 퇴장을 맞게 된 처지다. 대표적으로 ISA 혜택 확대와 상반기 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 확대, 전통시장 신용카드 사용분 소득공제율 상향, 노후차 교체 시 개별소비세 감면 등 민생의 부담 완화와 직결된 법안들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도 민생법안 추진을 우선과제로 꼽았지만 결국 조세소위 기회조차 쉽게 잡지 못한 채 임기종료를 맞았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액의 경우 이미 시기가 다소 늦어진 만큼 소급적용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했지만 입법은 좌초됐다.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주요 과제로 꼽았던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과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 기업활력 제고방안도 법안으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임시' 공제가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줄이는 만큼 범위와 기간을 확대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 조세소위가 열리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폐기 수순을 밟았다.
발의 이후 3년 넘도록 계류를 거듭한 재정준칙도 다시 22대 국회를 기약하게 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강력한 '건전재정' 의무화 법안이었지만 반대로 추경 등 확장재정 요구가 거셌던 야당의 반발을 맞았다. 21대 국회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후순위 법안에서 폐기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입법배경 경제현황 먹구름
반면 국가채무는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 기준 1126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 역시 50%를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 4월 재정점검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부채비율이 5년 내로 6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등 국제기구에서도 준칙 등 건전재정 도입을 권고한 이유다.
민생 역시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지표에 비해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부진 완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냈지만 지난해의 경기부진을 만회하는 수준은 내년에 들어서야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지표가 앞서 나가는 만큼 내년까지 민생의 팍팍함이 다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육아휴직과 난임치료휴가를 확대하는 내용의 '모성보호 3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을 확보하는 내용의 고준위방폐법, 대형마트 의무휴업·영업제한 기준을 완화한 유통법 개정안 등 여러 법안이 함께 폐기 수순을 밟는다. 저출산, 환경, 소상공인 등 다양한 분야의 입법 시도가 정쟁에 밀려났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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