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사람의 뇌는 변화를 싫어한다. 직장인은 보통 출근길에서 지하철의 매번 같은 칸을 타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도 교양 수업에 들어갈 경우 자유좌석 이지만 매번 같은 자리에 앉는 일이 많다. 사진은 광화문역 지하철의 모습. 뉴스1
사람은 변화를 싫어한다. 직장인은 아침 출근길 매번 같은 지하철 칸에 타고, 대학생은 교양 수업을 들으면 보통 같은 자리에 앉는다. 변화를 동반하는 판단과 선택은 뇌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든다. 반면, 반복된 행동 패턴과 습관은 뇌의 피로도를 줄여주고 좀 더 중요한 일에 뇌가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식투자도 비슷하다. 보통 주식투자를 하지 않던 사람은 앞으로도 주식 투자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지난 2년간 연애를 하지 않은 사람이 앞으로의 2년도 연애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 것과 비슷하다. 다만 주식투자를 하지 않던 습관을 벗어나 주식투자를 하게 되는 아주 강한 '유인'이 있을 경우에 주식 투자에 뛰어 들기도 한다. 객관적인 데이터나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그 강력한 유인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 속담에 근거한다.
보통 주식을 안 하던 사람들이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되는 가장 강력한 계기는 나와 아주 가까운 누군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어느날 주식을 시작하고 큰 수익을 봤다고 자랑을 하면서 생기게 된다. 배가 슬슬 아파지면서 나도 한 번 주식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다. 물론 종종 독서와 학습 등을 통해서 주식을 하지 않던 사람이 큰 기회를 직감하면서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계기가 됐든 주식을 하지 않던 사람이 주식을 시작하게 되면 보통 초반에는 수익을 거둔다. '비기너스 럭', '초심자의 행운'은 단순히 심리적이고 우연적인 상황이라기 보다는 여러가지 조건들에 의해 매우 높은 확률로 실제로 일어난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주식을 시작하는 당시의 시장 상황이 '대세 상승장'일 경우다. 신문과 언론, 카페에서 모두 주식 얘기를 하고 '10만 전자'에 대한 희망에 부푼다. 자고 일어나면 '돈 복사'가 되는 세상에서 노동으로 월급만 받는 본인만 멍청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주식을 안 하던 삶에서 주식을 하는 큰 변화를 하기에 앞서 나름의 고민과, 생각의 시간을 갖고 처음에는 큰 욕심 없이 종목을 살 것이다. 그리고 모든 종목이 상승하는 분위기를 타고 초반에는 수익을 거둔다.
주식을 시작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치킨 값이나 벌면 좋지 뭐'라거나 '없는 셈 치고 투자해 보고 인생 공부하는 셈 치자'라는 등의 소박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주식 계좌를 만들고 매매를 거듭하다 보면 마음 저 깊은 곳에 있던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데 '주식해서 은행이자보다 조금 더 벌거면 뭐 하러 주식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배당주나 우량주 등 안정적인 투자를 하던 개미는 어느새 원칙을 잃고 뇌동매매를 하고, 일명 '개잡주'에 투자하고, 단기 급등주, 정치 테마주 등에도 손을 댄다. 또 주식 구력이 쌓이고 초기 수익을 봤던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주식에 대해서 좀 안다는 믿음도 생긴다. 초보운전을 막 벗어난 운전자가 운전에 대해 가장 큰 자신감을 갖는 것처럼 주식을 이제 좀 알게된 주린이도 이때를 주의해야 한다.
처음 세운 원칙을 깨뜨리는 순간 수익률은 급격하게 나빠지고, 어느새 현금은 바닥난다. '빚투'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까먹고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 증권사의 신용미수에 손을 대는 순간 개미의 인생 난이도는 갑자기 몇 단계가 높아진다. 어떻게 아느냐고? 다 경험담이다.
학술적으로도 개미 투자자의 실패는 연구된 적이 있다. 지난 2019년 발표된 서울대 석사 논문 "개인투자자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를 하는가?"(김수현 외)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총 3단계를 거치며 실패를 하게 된다.
첫 번째는 초심자의 행운 단계다. 초심자는 처음에 본인의 무지를 인정하고 조심스럽게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얻는다. 두 번째는 수익을 맛본 투자자가 더 큰 수익을 꿈꾸며 투자 자금을 늘리는 단계다. 첫 수익을 통한 과도한 확신과 무리한 자금 확대 과정이다. 세 번째는 물타기 단계다. 어느 순간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 투자자는 손절하지 못하고 투자금을 더 늘려 물을 탄다. 이후 손실은 점점 더 커져간다.
개미 이미지. 뉴스1
중대한 결정은 '직관'에 따르는 이상한 심리
온라인에서 신발이나 가방을 사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저가를 골라서 보여주는 사이트를 들어가 보고, 실제로 결제 단계까지 진행했을 때 각종 할인 혜택과 쿠폰 등을 고려해 같은 제품을 몇 천원 싸게 사본 경험들이 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운동화를 3000원 싸게 사기 위해 30분을 소비했다면 손해일 수도 있다. 30분을 쇼핑 사이트를 둘러보는데 쓰는 대신 편의점에서 최저 시급을 받고 아르바이트라도 했다면 5000원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회비용'을 계산하면 합리적인 소비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발을 하나 사는데도 최대한의 합리적 소비를 하기 위해 이렇게나 노력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는 우리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아주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신발을 살 때 보다도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내 삶 전체에 아주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집'을 살 때에 주변 친구 몇몇의 말을 듣고 집을 결정한다거나, 우연히 만난 사람이 지나가듯 추천한 주식 종목을 듣고 몇 년동안 뼈 빠지게 일해서 번 돈의 아주 큰 부분을 투자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신발이나, 원피스를 고를 때 수십분을 고민하는 사람도 막상 내 남은 인생의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결정하는 데는 단 몇분 밖에 쓰지 않는 경우도 자주 있다. 아이슈타인이나 리처드 파인만 같은 과학자들도 자신의 파트너를 고를 때 수학과 물리학의 이론을 적용해 신중하게 판단하기 보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직관'에 따랐을 것이다.
주식 종목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사람들이 종목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기 보다는 아주 작은 계기로 특정 종목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특정 종목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 종목의 좋은 점만 보게 되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주식투자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주식투자는 미인대회”라고 강조했다. 미인대회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눈에 예쁘게 보이는 참가자에게 투표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예쁘다고 판단할 사람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승자를 맞힐 확률(수익)이 높아진다. 주식 종목을 고를 때 '제 눈에 안경'을 골랐다간 대세 상승장에 혼자 소외되는 끔찍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주식 종목을 고를 때는 온라인에서 운동화나 원피스를 고를 때처럼 이것 저것 따져보고, 비교해 봐야 한다. 본인만의 매수, 매도 원칙을 정하고 이를 철저히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식 종목을 고르는 일은 '미인대회' 우승자를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사진은 세계 최초의 'AI 미인대회' 참가하는 이미지. 데일리메일. 뉴시스.
종목 추천, 엄마 아빠에게도 금물
개인적인 원칙인데 결혼을 앞둔 커플이 사주를 보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두 연인이 사주팔자를 봤는데 사주팔자가 아주 좋다면 잠시 기분이 좋고 말 것이다. 결혼 이후의 행복한 삶에 해당 커플의 사주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사주가 나쁘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사주가 '상대방을 잡아 먹을 팔자'와 같은 아주 나쁜 사주였다면 말이다. 결혼 이후 만약 그 커플이 싸우게 된다면 그 커플의 마음속에서 그 나빴던 사주가 스멀스멀 들려올 것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이 확대되고 행복한 결혼 생활에도 아주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주식 종목 추천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사람의 마음은 '좋은 종목이니까 내 친한 사람에게도 추천해 주고 같이 부자가 되자'는 선한 의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주식 종목 추천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해당 종목을 매수하고 가격이 오르면 좋은 판단을 한 '내 탓'이 되고, 만약 해당 종목이 떨어지면 종목을 추천한 사람이 '죽일 놈'이 될 공산이 크다.
개인투자자들에게 특정 종목을 추천했던 '슈퍼개미' 김모씨 유튜브 출연 모습. 뉴스1
그리고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해당 종목이 좋은 이유, 위험한 이유, 앞으로의 시나리오 등 많은 정보가 있지만 종목을 추천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해당 정보가 부족하다. 해당 종목이 오르고 내릴 때 마다 확신의 크기가 적은 만큼 종목을 추천 받은 사람은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주식 방송과 유튜버들이 '해당 종목에 대한 추전이 아니며 투자는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이유 역시 이 같은 맥락 속에서 이해 될 수 있다.
나랑 친분도 없고, 일면식도 없는데 다짜고짜 종목을 추천해 주겠다고 하는 사람은 열이면 열 다 사기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종목 추천을 하고 싶다면 적어도 상대방에게 내 평단가, 투자 총액을 공개하고 해당 종목이 내 평단가 보다 낮을 때 추천하자. 그러면 사람은 못 믿어도 돈은 믿을 수 있다는 믿음에 종목에 대한 신뢰가 조금은 높아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 종목 추천을 받고 싶다면 미국증권거래위원회 'F13 공시'를 참고하자.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미국 주식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사람들의 보유 주식을 3개월 후에 공개하는 보고서다. 코카콜라, 애플 등 워런 버핏의 종목만 따라했다면 지난 몇 십년 동안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다. 요즘은 다양한 국내 유튜브 채널에서도 F13 공시를 통해 미국 주요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알려주고 있다. 실제로 매번 워런 버핏의 특정 종목 매수 뉴스가 나오고 살까 말까 고민한 뒤에 내가 안 샀을 경우 1년 정도 지나면 해당 종목은 꽤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경우가 많았다.
워런 버핏. 연합뉴스.
기대 수익률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보통 주식을 처음 할 때는 '치킨값', '용돈 벌기'가 목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정적인 주식 투자를 위해서는 현실적인 목표 수익률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은행 예금과 적금이 연 5%인데 이보다 낮은 기대 수익률을 설정하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식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또 막연하게 '주식할 거면 1년에 100%(2배)는 벌어야지'라고 생각할 경우 매우 위험한 투자가 될 수 있다.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주식을 처음할 때는 '치킨값이나 벌어 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다.
목표 수익률 설정에 참고할 만한 몇 가지 지표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 상에서 가장 뛰어난 투자자 중 1명인 워런 버핏은 1965년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약 2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본인이 70억인구 중에서 상위 1%가 아니라면 매년 20%의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1년에 100% 수익을 거두는 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꾸준한 수익률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 역시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마젤란 펀드를 13년간 운용하면서 영편균 29%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거뒀다. 하지만 마젤란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 중 돈을 번 사람은 거의 없다는 피터 린치의 말처럼 하락장에서 '멘탈'을 유지하는 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알 수 없는 어려운 영역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식과 투자에 전문적인 사람들일 것이다. 기금운용본부는 1999년 설립됐는데 지난해 13.5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금운용 본부 설립이래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국민연금 등 기금은 보수적으로 투자하는게 원칙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10%를 넘는 수익은 쉽지 않다는 것의 방증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개미 투자자가 목표로 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수익률은 연 평균 10% 정도가 될 것이다. '72의 법칙'이란게 있는데 72를 수익률(%)로 나누면 내 투자 자산이 2배가 되는 시간을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평균 10%의 수익률을 꾸준히 달성할 경우 72법칙에 따라 7.2년 뒤에는 내 자산이 2배가 된다. 여기서 수익률을 5%만 높여도 내 자산이 2배가 되는 시간이 4.8년으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연 9%~10%대 기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바로 미국 S&P 500지수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 주요 대기업들을 모아놓은 S&P는 지난 수십년 동안 연평균 9%~10%대 상승해 왔다. 아주 적은 수수료만 내면 단 1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제일 잘하는 기금운용 본부의 사람들이 거두는 수익률 보다 아주 낮은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꾸준히 실행하는 것은 매우, 아주, 엄청 어렵다. 사람의 욕망, 멘탈이 그를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의 제목은 '주식투자 멘탈이 9할이다'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주식투자에서 '멘탈이 전부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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