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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가르치고 배우는 인생'..팔순 전직 대학교수의 '아름다운 도전'


구청 문화센터 등서 영어회화 가르치다 영문학사 취득 눈앞
서국웅 박사, 부산대 퇴직 후 한국건강대학서 16년째 봉사

'평생 가르치고 배우는 인생'..팔순 전직 대학교수의 '아름다운 도전'


[파이낸셜뉴스] 이학박사 학위를 가진 팔순 전직 대학교수가 '평생학습 전도사'로 제2의 삶을 알차게 살기 위해 늦깎이로 한국방송통신대에 편입, 영문학 학사 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오는 8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하계 졸업식에서 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게 되는 사단법인 한국건강대학교 서국웅 총장(사진)이다.

한국건강대학은 부산 온종합병원에서 설립을 주도하고 운영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서 총장은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다음 1974년 8월부터 국립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학과 교수로 30년 넘게 재직하다 15년 전인 2009년 2월 정년퇴직했다.

퇴직한 이듬해 5월 서 교수는 개원 3개월째인 부산 온종합병원(당시 이사장 정근·정근안과병원 원장)에서 설립을 주도하고 운영을 지원하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건강대학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인생 이모작을 설계했다.

한국건강대학은 온종합병원 소속 대학교수 출신 전문의들의 건강 강좌, 식품영양학과·체육학과 등의 전·현직 교수들이 부산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건강과 교양 강좌 등을 개설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돕는 목적으로 개설됐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장으로서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그는 16년째 매주 토요일마다 강좌가 펼쳐지는 부산진구 당감2동 온종합병원 대강당으로 출근을 하다시피하고 있다.

그는 매번 4개씩의 강좌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는 커리큘럼 작성에서 스스로 운동과 건강 관련 강의까지 맡아서 어르신들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에 커다란 기여를 해오고 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의 봉사 행진은 한국건강대학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관할 구청인 금정구 소속 각종 문화센터 등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영어회화도 가르치고 있다.

그러던 중 수강하는 어르신들에게 좀 더 풍성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려는 욕심이 생겼고, 결국 2022년 8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3학년에 편입학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주경야독에 매달렸다. 낮에는 한국건강대학이나 문화센터에서 봉사를, 밤에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방송통신대 영문학과 교수님들의 강의를 동영상으로 시청해야 했다.

'평생 가르치고 배우는 인생'..팔순 전직 대학교수의 '아름다운 도전'


이학박사인 그에게 인문학은 또 다른 재미를 갖게 했고,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교수님들이 내주는 과제 작성을 위해 그는 집 주위 도서관을 들락거렸고, 밤새 영시나 영어소설을 원서로 읽기도 했다.

평생 '범생이'로 살아온 그답게 늦깎이 대학 생활도 충실히 했고, 교수들로부터 칭찬도 자주 들었다고 한다.

만학도들의 도전이 흔한 대학이지만 서국웅 학생은 자식들보다 한참 어린 급우들과 카톡방도 개설해 학습과제물들은 물론 자칫 세대차로 놓치기 십상인 젊은이들의 일상까지 공유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부산대 교수에 이어 사단법인 한국건강대학의 총장 역할까지 묵묵히 해내고 있는 그는 평생학습 신봉자이고 전도사다. 그는 건강대학 학생들에게 틈만 나면 강조하고 당부하는 말이 있다.
"즐거우셔야 합니다, 행복하셔야 합니다, 건강하셔야 합니다"라고.

1964년 경남 진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부산대 교수 시절 교수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리더십도 뛰어났다고 한다.

게다가 만능체육인이기도 한 그는 테니스 실력이 거의 프로급 수준이어서, 전국 교수 테니스대회를 수없이 제패해 다른 교수들로부터 참가를 제한해야 한다는 푸념까지 들어야 했다.

평생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서국웅 총장의 향후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글쎄요, 앞으로의 일이요? 한국건강대학을 거쳐 간 8000여명의 졸업생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고, 건강해지는 일을 찾아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라고 답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