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

한미 창업주 일가, 절반 남은 상속세 해결에 힘 모은다

오너일가, 재원 마련 동분서주
주가 1년 최고점 대비 46% 뚝
주식담보 추가 대출도 어려워
"가족 합심해 상속세 현안 풀것"
자사주 취득·배당도 적극 검토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 일가가 상속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많이 남은 상황에서 최근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추가 주식담보대출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

한미 창업주 일가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5400억원 수준이다. 지난 2020년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타계하면서 한미사이언스의 임 회장 지분 2308만여 주(당시 지분율 34.29%)가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주현·종훈 등 세 자녀에게 상속됐다.

상속세가 거액인 만큼 이들은 5년간 분할해서 납부하기로 했고 지난 3년간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이를 납부했으나, 아직 납부 세액이 절반가량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올해 상속세 납부분은 연말까지 납기를 연장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속세 문제는 한미 창업주 일가의 지난 3월 말 경영권 분쟁과 OCI그룹과의 통합 추진 등 최근 이슈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상속세 재원 마련과 미래 성장을 위해 모친 송영숙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OCI와의 통합을 선택했고 임종윤·종훈 형제가 이에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다.

상속세 납부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1년 새 최고점이었던 지난 1월 16일 5만6200원 대비 46%가량 주가가 빠졌고 두 형제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기 직전인 지난 3월 28일 종가 기준으로도 30% 이상 하락했다.

제약업계에서는 한미사이언스 주가 부진이 지속되면 상속세 납부를 위해 받은 주식담보대출에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마진콜'이 들어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져 지분 가치가 떨어지면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은 대출금을 일부 상환하거나 추가 담보를 요구한다.

또 반대매매로 대출금을 회수할 수도 있는데, 이 때문에 시장에 주식이 대량으로 매물로 나오는 오버행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상속세 납부 문제 속에 재원 마련을 위한 한미 창업주 일가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주식을 담보로 45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4일 임 대표와 자녀인 임후연·임윤지씨는 한미사이언스 주식 약 78만주를 담보로 교보증권으로부터 450억원을 빌렸다.
자녀들의 주식도 담보로 잡은 것이다.

지난 14일 모친 송영숙 회장을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 직에서 해임하는 안건이 이사회에서 통과된지 보름을 갓 넘긴 가운데, 상속세 현안 해결을 위해 창업주 일가가 힘을 합치기로 뜻을 모은 것 역시 이례적 움직임이다.

이날 한미 창업주 일가는 합심해 상속제 문제를 풀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취득 및 배당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상속세 납부의 핵심인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