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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참사 책임자 '중형' 선고...법원 "무기력함 느낀다"

판사 "피고인에게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것에..." 탄식

오송 지하차도 참사 책임자 '중형' 선고...법원 "무기력함 느낀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직접 원인을 제공한 ‘부실 제방공사’ 책임자들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형법상 한계로 비교적 적은 형량을 선고했다며 탄식했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는 31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증거위조교사, 위조증거사용죄 등 혐의로 기소된 미호천교 확장공사 현장소장 전모씨(55)에게 징역 7년 6개월, 감리단장 최모씨(66)에게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했다.

전씨에게 선고된 형량은 업무상과실치사상, 증거위조교사, 위조증거사용죄의 경합 시 법정 최고형에 해당한다.

재판의 쟁점은 이들이 제방을 무단으로 절개한 뒤 부실하게 축조했는지, 만약 그렇다면 부실 제방이 참사와 인과관계가 있는지였다.

최씨는 발주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설계도면에 따라 제방을 절개한 것이어서 무단 절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씨는 제방을 무단으로 허물지 않았던 데다 임시 제방도 부실하게 축조하지 않았으며 부실하게 축조했더라도 사고와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하천점용 허가신청이 시공사 업무의 일환이었으며, 설계도상 제방 절개가 불가피했다면 새로운 허가를 받았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또 높이 32.65m의 기존 제방을 허문 뒤 어떠한 기준도 없이 임의대로 흙으로만 대충 쌓아 올린 높이 29.63m의 부실한 제방을 축조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봤다.

정 부장판사는 “제방을 절개한 뒤 촬영한 사진을 보면 비가 왔을 때 물이 들이닥친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며 “1억2000만원의 공사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제방을 축조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형법상의 한계로 이들에게 더 높은 형을 선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탄식했다. 정 부장판사는 “형법상 사람이 아무리 많이 죽어도 행위가 한 가지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죽는 것과 똑같이 처벌할 수밖에 없다”며 “과연 경합범 규정이 대한민국에 아직도 필요한지 의문을 느끼면서도 피고인에게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것에 저는 한없는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지하차도에서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대체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냐”며 “사망한 피해자들이 겪었을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기록으로만 이 사건을 접한 법관으로서는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