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JP모건, 버크셔해서웨이, 메타플랫폼스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시가총액 2위 애플을 넘보고 있는 엔비디아는 당분간 이른바 '감마 압박' 속에 상승 탄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EPA 연합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질주하고 있다.
'완벽한 모멘텀 주식,' '한 길로만 내닫는 몬스터 트럭(wrecking machine)'이라는 말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이제 시가총액이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소셜미디어 공룡 메타플랫폼스 시가총액을 더한 것보다 많다.
엔비디아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 옵션 시장의 콜옵션을 부추기고, 이를 메우기 위해 콜옵션 매각 주체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이른바 '감마 압박(gamma squeeze)'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마 압박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당분간 추가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높다.
하루 새 테슬라 시총만큼 늘어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달 23일 이후 31일까지 6거래일 동안 시가총액이 3500억달러(약 484조원) 늘어났다.
22일 장 마감 뒤 분기 실적 발표와 10대1 액면분할을 결정한 뒤 주가가 급변동한데 따른 것이다.
엔비디아는 31일 0.8% 하락했지만 시가총액은 2조6900억달러(약 3725조원)를 기록했다. JP모건, 버크셔, 메타 3개 종목 시총을 더한 것보다 많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심지어 하루 동안 불어난 규모가 5000억달러 수준에 이르러 테슬라 전체 시총과 맞먹기도 했다.
감마 압박
엔비디아가 높아진 시장 눈 높이도 뛰어넘는 압도적인 분기 실적을 발표한 것이 주가 폭등의 주된 동력이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1주일 주가 폭등은 이른바 '감마 압박'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감마 압박은 콜옵션과 관계가 있다.
사전에 정한 가격에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이 주가 상승 폭을 키우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감마 압박이다.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을 판매한 금융사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해당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콜옵션 매수자들이 옵션을 실행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주가가 조금이라도 덜 올랐을 때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다.
오르는 주가에 채찍질을 해 주가 상승세가 강화되도록 만든다.
아울러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 매수 역시 덩달아 늘고 이를 메우기 위한 콜옵션 판매사들의 매수 역시 증가해 상승작용이 강화된다.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해 공매도에 나섰다가 주가가 뛰기 시작하면 서둘러 주식 매수에 나서 주가 상승폭을 키우는 공매도 압박(short squeeze)도 감마 압박의 일종이다.
완벽한 모멘텀 주식
노무라의 주식파생전략가 찰리 맥엘리곳은 "엔비디아가 한 방향으로만 대닫는 몬스터 트럭(wrecking machine)이 됐다"고 말했다.
맥엘리곳은 콜옵션을 판매한 딜러들은 "주가 상승세 속에서 헤지를 위해 밖에 나가 엔비디아 주식을 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2021년 초 공매도 압박 속에 폭등했던 게임기 소매체인 게임스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적자를 못 벗어나는 게임스톱과 달리 엔비디아는 이익마진율이 50%를 웃도는 알짜배기 기업이다. 새로운 산업혁명의 토대가 될 AI 붐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비디아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고 보는 투자자들도 엔비디아 주식에 올라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강한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주식 밸류에이션 전문가인 아스와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완벽한 모멘텀 주식을 설계하려 한다면 엔비디아가 바로 제격"이라고 말했다.
모멘텀 주식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대세 상승 국면에 들어서 주가가 자체 동력으로 상승하는 종목을 가리킨다.
리홀츠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조시 브라운은 분석노트에서 엔비디아는 "자체 모멘텀으로 돌아가는 회전목마로 모든 이들에게 일생일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그러나 이 회전목마가 영원히 돌 수는 없다면서 말들이 주저앉거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지출 감축을 발표하거나 하면 도는 속도가 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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