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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충당금 공포’ 저축은행 2분기 더 어렵다

PF 예상 손실 최대 4조8000억
업황개선 지연에 적자 확대 우려

저축은행의 올해 2·4분기 실적이 1·4분기보다 더 악화될 전망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으로 저축은행 업황 개선의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충당급 추가 적립 압박은 지속되고 있어서다. '부동산PF·개인사업자·일반대출' 충당금을 한 번에 적립하면 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자산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은 올해 1·4분기 36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저축은행업계의 올해 2·4분기도 업황이 개선될 여지는 없는 데다 부동산PF과 개인사업자 연체율에 대한 충당금 추가 적립 문제로 실적 하향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의 PF 대출 예상 손실을 최대 4조8000억원으로 내다보면서 올해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이 최대 3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조달금리가 높아서 구조적으로 수익이 날 수 없었다면 지금은 조달금리는 낮아졌는데 충당금을 쌓다보니 실적이 좋아질 수 없다"면서 "2·4분기에 쌓아야 할 충당금이 지난해 흑자 이상"이라고 토로했다

시장 안정을 위해 건전성 지표를 주의 깊게 보고 있는 당국은 현장점검과 적기시정조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3일부터 저축은행 현장점검 통해 연체체권 관리방안 이행 상황을 살펴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금비율 뿐 아니라 경영실태평가 결과에 따라서도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종합등급 3등급, 건전성 4등급 이하의 경우 위험가중자산 매각 등의 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부동산PF가 높은 저축은행들이 버티기보다는 적극적인 재구조화에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들이 PF 사업장을 지금보다 10% 할인된 가격에 내놓는 등 경공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이 대손충당금에 대출원금, 연체이자까지 다 포함해 가격을 정하고 있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조율이 어려운 상황을 지적한 셈이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은행과 보험업권이 최대 5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통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한편, 경공매 시장의 직접적인 플레이어(매수자)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부실채권(NPL)을 사기도 할 것"이라며 신디케이트론 조성이 경공매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저축은행업권 의견 등을 고려해 토지담보대출과 관련한 충당금 추가 적립 부담을 덜어줄 예정이다. 부동산PF 대출이 아니라 일반대출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토록 해 과도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