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석유그룹 프로스퍼리티7
AI 스타트업 지푸에 통큰 지원
對中제재 후 첫 해외자금 유입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미국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가 되어 버린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손을 잡았다. 사우디 국영 펀드가 중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4억 달러(약 5540억 원)를 투자한 것이다. 미국이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 투자 등을 중단하도록 각국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서다. 사우디가 투자한 중국의 AI 스타트업은 오픈AI의 대항마를 목표로 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 그룹 아람코의 벤처 캐피털 '프로스퍼리티7'은 중국 AI 스타트업 지푸 AI에 약 4억 달러 규모를 투자했다.
프로스퍼리티7의 이번투자는 사우디가 AI 분야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견제할 수 있는 생태계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동시에 오픈AI에 대항하는 AI 기업을 만들겠다는 중국의 야심을 사우디가 지원한 셈이다. 포로스퍼리티7을 잘 아는 펀드 관계자는 "사우디는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AI를 지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PIF) 산하 기업 '알랏' 최고경영자(CEO) 아밋 미다는 "사우디는 AI와 반도체 산업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물론 사우디 역시 미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때문에 프로스퍼리티7는 이번 투자에서 리딩 투자자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유망 AI 스타트업들은 미국의 규제로 중국 국내 자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이번 투자 유치로 숨통을 트게 됐다. 사우디 프로스퍼리티7의 투자는 미국의 대 중국 압박 후 해외 자금이 중국 4대 AI 스타트업 중 투자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또 중국 AI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유치는 중국 이외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았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사우디에게도 미국은 AI, 칩, 반도체 산업 파트너이면서 최고의 시장이기 때문에 미국이 압력을 가한다면 사우디도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알랏 CEO 미다는 "미국이 사우디에게 중국 투자 철수를 강요한다면 사우디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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