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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명령 무시한 불법 건물, 재처벌 가능"

대법 "위반 이용물 동일 해도
공소 시점 다르면 별개 범죄"

관할 관청으로부터 처벌과 시정명령을 받았더라도 개선하지 않아 추가 기소됐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위반 이용물은 동일해도 공소사실에 적시된 시점이 다르면 별개 범죄라는 취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면소(免訴)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9일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면소는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등 형사소송을 제기할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을 때 내리는 판결로, 사실상 기소하지 않은 것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인정된다.

A씨는 지난 2015년 경남 김해시의 개발제한구역 내 B씨 등이 소유한 토지에 시청의 허가 없이 축사 건물 등을 세웠다. 김해시는 A씨와 B씨에게 불법 건축물을 철거해 원상 복구하라고 명령했지만 이들은 이행하지 않았다. A씨 등은 개발제한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9년 12월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김해시는 2020년 6월에 재차 해당 건축물을 철거하라고 명령했지만 두 사람은 따르지 않아 같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B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법원은 두 사람이 사실상 같은 범죄사실로 이미 처벌받은 이력이 있다면서 다시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면소를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2017년에도 같은 시정명령을 받았는데 지키지 않았고, 이에 재판에 넘겨져 2019년 5월 유죄가 확정됐다는 점을 참작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항소심에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시점이 다르면 별개의 범죄이므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종전 확정판결 범죄사실의 경우 2017년 10월 31일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와 별개의 절차를 거쳐 이뤄진 2020년 6월 29일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대법원은 "설령 위반행위에 이용된 건축물이 동일하더라도 종전 확정판결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