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역 인근에 북한이 보낸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이 떨어져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쓰레기와 분변 등 오물을 담아 풍선에 띄운 북한의 '오물 풍선' 최근 1주일 동안 전국 곳곳에 떨어졌다. 살포량으로 보면 과거 2년 간의 살포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에 일각에선 북한의 '오물 풍선'이 지상에 닿기 전에 왜 요격·격추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오물 풍선'을 요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이를 요격·격추를 할 경우 한국 국민이 2차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1주일새 약 1000개 '오물 풍선' 날라와
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1일부터 남쪽으로 날리기 시작한 '오물 풍선'은 약 720개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달 28~29일 날린 '오물 풍선' 약 260개를 더하면 약 1000개에 가까운 오물풍선이 날아온 것이다. 이는 북한이 '오물 풍선'을 살포했던 2016~2017년 연간 살포량과 비슷한 수치다. 1년간 살포했던 물량을 일주일 만에 날린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오물풍선이 한국인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소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한 빌라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 오물풍선이 추락해 차량 앞 유리가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에도 오물 풍선 2개가 추락했는데, 그중 1개 풍선이 트럭 앞 바퀴에 떨어지면서 폭발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에 일각에선 '오물 풍선'이 지상에 떨어지기 전에 왜 이를 요격·격추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씨(30)는 "군에선 레이더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미사일 요격시스템도 갖추고 있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면서 "미확인 비행물체가 휴전선에서 몇십km나 떨어진 곳까지 날아왔는데, 이것이 지상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었냐"고 전했다.
한국軍, 요격·격추 가능하지만....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군이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 등을 이용해 '오물 풍선'이 휴전선을 넘어오는 것을 모두 파악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다만 한국군이 이것을 요격·격추하지 않는 이유는, 요격·격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추측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쪽에서 풍선이 날라온다고 해서 총구를 북한 쪽으로 겨눠 발포하는 것은 휴전 상황에서 위험한 일이며 그렇다고 총구를 우리 쪽으로 겨눠 격주할 경우 오발탄이 발생하거나 오물이 낙하할 때 발생하는 부차적인 피해를 우리가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세영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 역시 "내용물이 무엇인지 모른 상황에서 요격·격추를 했을 경우 예상하지 못한 2차 피해가 우려되므로 해당 물체를 공중에서 요격·격추하는 것은 옳지 못한 대응"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물 풍선'을 격추하기 위해 미사일을 쏘고 전투기를 띄우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어 가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두 연구위원은 "이번 '오물 풍선' 사건의 경우 일종의 '회색지대에서의 가성비 작전'에 해당한다"면서 "오물을 담은 풍선을 띄우는 값싼 행위로 전투기, 요격시스템 등 한국군의 '비싼 자원'을 사용하게 해 한국군의 가용자원을 소진시하는 것이 북한군의 의도"라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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