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발견 천해 가스전 대비
심해유전 매장량 300배 더 많아
수입물량 대체하고 수출도 가능
해외 기업 투자 유치 추진 계획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동해안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 형식으로 현안을 설명한 것은 취임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앞으로도 언론을 상대로 중대 현안을 직접 보고하는 국정브리핑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부 공식 발표가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올해 말 시추에 착수한다. 부존량 확인과 경제성 평가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오는 2035년께 실제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만약 상업생산이 가능해진다면 석유·가스공사의 수입 물량을 대체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포항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3일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개발 추진' 관련 백브리핑을 하고 이같이 밝혔다. 석유·가스 개발은 △물리 탐사자료 취득 △전산 처리 △자료 해석△ 유망 구조 도출(석유가 발견될 전망이 있는 구조) △탐사 시추(지하자원을 탐사하기 위해 땅속 깊이 구멍을 파는 작업) △개발·생산 등의 단계를 밟아 진행된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2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소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높다는 통보를 받은 뒤 5개월에 걸쳐 해외 전문가, 국내 자문단 등의 검증 과정을 거쳤다.
정부는 매장 예상 자원의 비율을 가스 75%, 석유 25%로 추정하고 있다. 가스는 최소 3억2000만t에서 최대 12억9000만t, 석유는 최소 7억8000만배럴에서 최대 42억2000만배럴이 부존할 것으로 전망한다.
21세기 들어 발견된 단일광구 최대 심해 유전은 남미 가이아나 스타브럭(starbroek) 광구로 이곳의 발견 자원량(매장량+발견잠재자원량)이 110억배럴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한 유전이 남미 가이아나 스타브럭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동해 심해 가스전의 탐사자원량과 가이아나 광구의 발견자원량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며 "시추를 통해 발견자원량을 확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말 시추 …내년 상반기 결과 발표
이번에 발견된 동해 심해 가스전의 시추 성공률은 20% 정도로 추산된다. 탐사정 시추를 다섯 번 하면 한 번은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연말 첫 시추에 착수해 내년 상반기 중에 작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1990년대 후반에 발견해 지난 2021년 상업생산을 마친 동해 천해 가스전(4500만배럴 규모)의 경우에는 11번째 시추에서 상업적 가스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심해 가스전은 1㎞ 이상 시추해야 하고, 비용도 1공에 1000억원 이상 들어가는 만큼, 동해 가스전 만큼 많이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와 자원개발이 요구되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심해 가스전 개발과정에서 많은 투자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자금조달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부존 가능성을 확인하는 현 단계까지 든 자금은 3억7000만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초기에는 정부 재정과 석유공사 해외투자 수익금, 해외자원개발 융자금 등을 사용하고 추후에는 해외 메이저 기업의 투자 유치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탐사정 시추로 석유·가스 자원 부존을 확인하고 나면 평가정 시추를 통해 매장량을 파악해야 한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생산시설을 설치해 석유·가스 생산을 개시한다. 일반적으로 첫 탐사에서 생산까지 7~10년이 소요되고 생산기간은 약 30년 정도다.
실제로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 부존이 확인될 경우 천문학적인 경제효과가 예상된다. 현재 수입 평균가격에 비춰보면 1조4000억달러가량의 가치에 해당한다. 우리나라가 원유와 가스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인 만큼, 우선 석유·가스공사의 수입물량을 대체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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