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씨는 골프장에 있는 로스트볼을 주워 판매할 생각으로 일당과 함께 장비를 동원, 골프장에 무단으로 들어가 연못 등에서 찾은 로스트볼을 판매했다. 주로 밤 시간대를 이용해 골프장에 잠입한 뒤 잠수복과 장화 등을 착용하고 연못 바닥에 가라앉은 공을 꺼냈고, 이를 판매업자에게 넘겼다. 그 판매 수량은 15만개에 달했다.
#2. B씨 역시 H 골프장 '주변'에서 3차례에 걸쳐 로스트볼 1600여 개를 주워 팔았다. 다만 B씨는 골프장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고, 동료들도 없었다. 장비 또한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H골프장은 B씨가 골프장 소유물을 허가 없이 가져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로스트볼을 주은 곳은 골프장 내부가 아닌 골프장 진입로였다.
골프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로스트볼 절도 관련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로스트 볼은 골프 운동 도중 3분 이내에 플레이어가 발견하지 못하는 공을 말한다. 로스트볼 수거 업자가 골프장 허가 없이 주워 판매할 경우 어떤 법적 문제가 발생할까. 법원은 로스트볼을 가져가게 된 목적과 이유, 사건 장소, 또 로스트볼의 관리 주체 여부 등에 따라 절도 여부를 달리 판단한다.
절도죄로 처벌되는 명백한 경우가 있다. 골프장에 허가 없이 들어가 골프장 내 로스트볼을 수거한 후 팔면 이는 절도죄에 해당한다. 반면, 골프장에서 벗어난 지역의 골프공을 가져가는 경우 골프장이 소유하거나 점유한 것이 아니라고 봐서 처벌하지 않고 있다. 즉 법원은 로스트볼이 있는 장소에 따라 소유와 점유의사가 있는지 살펴봐 처벌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A씨 사례에서 법원은 골프장에 침입해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해저드 안으로 들어가 뜰채 등으로 골프공을 건져낸 부분에 대해 절도로 처벌했다. 여럿이 범행을 공모하고, 공모한 범행을 적극 실천에 옮긴 것, 범행 장소가 골프장 안의 해저드였다는 점 등이 문제가 된 것이다.
B씨 사례는 '골프장 진입로에서 주운 공'을 '골프장 안에서 주운 공'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골프장측은 이에 대해 해당 지역에서 B씨가 가져간 공은 골프장 시설 관리자가 선점한 공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골프장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경기 중 골프장을 벗어난 곳에 떨어진 골프공은 경기자가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묵시적인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피고인들이 골프장 밖에서 주운 공은 골프경기자의 소유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더해 "경기자들이 소유권을 포기해 무주물(無主物)이 된 골프공에 대해서도 골프장 구획 밖인 장소에 떨어졌다면 골프장 시설관리자가 해당 골프공의 소유권을 선점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수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주의할 점은 절도로 인정되는 로스트볼임을 알면서 사들인 사람도 장물죄로 처벌받는다는 점이다. 물론 골프경기를 하면서 주운 몇 개의 골프공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책임을 묻기 힘들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변호사·법조전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