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정 사회부 차장
가수 김호중씨(33)에 대한 대중의 비판 여론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씨의 팬들은 대중이나 언론의 비판 여론이 가혹하다며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팬들의 이야기처럼 대중의 비판 수위가 지나치게 가혹한지는 김씨의 혐의와 그동안의 행동으로 따져볼 수 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김씨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김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 등이다.
김씨는 지난달 9일 밤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후 도주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음주 상태였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음주운전이지만 김씨가 즉시 차에서 내려 피해자에게 사과와 손해배상을 했다면 벌금형 정도로 그쳤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문제는 김씨의 선택이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고 후엔 김씨 대신 매니저가 김씨의 옷으로 갈아입고 경찰에서 출석해 자신이 운전했다며 대리 자수했다. 경찰의 추궁으로 김씨의 범행 사실이 드러나자 김씨와 소속사 대표 등은 조직적으로 범행을 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 실제 김씨 소유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모두 사라졌다. 경찰 조사에서 소속사 본부장은 사고 차량 메모리카드에 대해 "삼켰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거짓말 논란도 벌어졌다. 처음 김씨는 자신의 음주 사실을 부인했고 예정된 공연을 강행했다. 그러다가 사건 열흘 만인 지난달 19일 자신의 음주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김씨의 행동은 도마에 올랐다. 경찰 출석 당일 김씨는 취재진을 피해 경찰서로 들어가면서 특혜 논란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취재진 앞에 서지 않겠다면서 경찰서 내부에서 6시간 이상을 나가지 않고 버텼다. 당시 김씨는 죄는 달게 받겠지만 먹잇감이 된 기분이 든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먹잇감'이라고 표현됐던 그 자리는 사실 김씨가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하고 대중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기회를 거부한 것은 김씨 자신이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처벌과 비난이 가혹해서는 안 된다. 죄의 무게와 동일한 처벌과 비난이 적당하다.
김씨의 경우 그럴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거짓말과 잘못된 행동 등으로 스스로 더 많은 처벌과 비난을 자초했다. 지금이라도 자신에게 가해지는 비난 여론에 억울해하기보다 자기 행동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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