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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동해 석유·가스전 발견, 국가 자원개발 전기 돼야

전국민 29년간 쓸 140억배럴 추정
희소식 맞지만 성급한 축포는 금물

[fn사설] 동해 석유·가스전 발견, 국가 자원개발 전기 돼야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동해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이라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3일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정브리핑을 열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가스·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해역으로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다. 이곳에서 연말부터 시추작업을 벌여 매장량이 확인되면 이르면 2027년 착공해 2035년쯤 상업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석유·가스전 발견에 국민이나 정부나 고무된 분위기다. 세계 최대 단일 심해유전으로 꼽히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110억배럴)보다 매장량이 더 많고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에 이르는 2000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추정 매장량의 75%가 천연가스인데, 우리 국민이 최대 29년 쓸 수 있다고 했다. 매장량이 예상대로 확인된다면 석유·가스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이득을 안겨줄 대발견이 아닐 수 없다. 당분간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해외 판매로 국부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성급하게 축포를 터뜨리기보다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통상 10년 가까이 걸리는 개발 사업의 첫 단계를 통과했을 뿐이다. 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유망구조를 찾아 시추하는 것부터 여러 과정이 남아 있는 데다 매장 추정지가 1㎞ 이상의 깊은 바다다. 시추비용만 수조원이 들고, 핵심기술은 영국·러시아 등 메이저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시추공 5개를 뚫는 데 성공 확률은 20% 정도라고 한다.

동해 가스전은 오랫동안 시도해온 국가 자원개발 사업의 전기가 돼야 한다. 우리의 자원개발 역사는 50년 남짓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 후 연근해 석유가스 개발을 시작했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가스전이 전환점이었다. 17년간 4800만배럴, 2조7000억원 어치의 가스를 생산했는데 매장량 고갈로 폐광됐다. 한국은 세계 98번째 산유국으로 기록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해외자원 개발이 본격화됐다. 성패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지만 상당한 학습비용을 치러야 했다. 해외자원 개발 전문가도 없고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뛰어들어 매장량 과다 추정, 허술한 계약과 운영 부실 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로 몰아 헐값에 청산해 버렸다. 국가 주도의 자원개발은 사실상 중단됐다.

강대국과 메이저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자원확보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배터리·반도체 강국으로 자부하면서도 우리는 핵심광물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세계 1만5000여개 광산 중에 한국이 지분을 보유한 니켈·리튬·코발트 등 7대 핵심광물 광산이 36개밖에 안된다. 중국(1992개), 미국(1976개)과는 비교도 안되고 일본(134개)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인도네시아, 중국, 호주 등에 편중돼 있어 핵심광물 수출 통제, 가격 폭등 등 공급망 리스크 대처능력도 크게 떨어진다.


때마침 정부가 4~5일 아프리카 25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연다. 자원부국 아프리카와의 실질적 협력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다. 더 늦기 전에 국내외에서 민관이 원팀으로 자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