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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 GA 진출 두고… 당국 수년째 검토만

업계 "보험사와 상품 공동 개발
소비자 선택폭 확대될 수 있어"
당국 신중모드에 시간 걸릴 듯

캐피탈 업계가 업황 악화로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새 먹거리로 '법인보험대리점(GA) 사업'이 부상하고 있다. 캐피탈사들의 GA 진출이 허용될 경우 캐피탈·보험사·소비자가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금융당국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전면 허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캐피탈사들의 순이익은 전반적으로 크게 감소해 신사업에 대한 수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그룹 계열 캐피탈사(신한·KB·하나·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신한캐피탈과 하나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643억원과 6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3%, 8.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캐피탈의 순이익 역시 330억원으로 1년 새 15.4% 줄었다. 실적 반등에 성공한 곳은 KB캐피탈이 유일하며, 현대캐피탈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2022년 대비 23%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캐피탈사들은 3~4년 전부터 법인보험대리점(GA) 사업 진출 허용을 줄곧 당국에 요청해 왔다. 이에 지난 2021년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던 고승범 전 위원장은 여전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한 캐피탈사들의 보험대리점(GA) 운영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답보 상태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시행령 제16조 2항에 따르면 여전사가 보험대리점 업무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보험업법 시행령 제40조 3항에는 여전사 중 신용카드사만 보험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정돼 캐피탈사들의 GA 진출이 불가능한 구조다.

캐피탈사의 GA 진출을 허용할 경우, 캐피탈과 보험사가 상품을 공동 개발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캐피탈사와 보험사가 제휴를 통해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캐피탈 할부금이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도요타의 전속금융사인 도요타 파이낸셜은 2016년부터 미국에서 자동차 보험 대리점을 설립하고, 다수의 보험사와 운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캐피탈사들의 GA 진출을 허용할 경우) 캐피탈사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시장 내 경쟁자의 정보 및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할부금융 리스를 통해 자동차 보험까지 가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관련 사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보험대리점이나 보험사들의 의견도 받아봐야 하고, 캐피탈사들의 경우 자동차 보험 판매에 대한 수요가 있는데 방카슈랑스에서는 자동차 보험 판매가 금지돼 있어 형평성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