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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신경영 31년 기로의 삼성, 노조도 힘 보태야

7일 이건희 선언 31년 노조는 첫 파업
반도체 최강자 흔들, 노사 한몸 극복을

[fn사설] 신경영 31년 기로의 삼성, 노조도 힘 보태야
1993년 6월 7일 신경영 선언하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사진=삼성제공
삼성의 신경영 시작점으로 불리는 이건희 선대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1993년 6월 7일 나왔다. 그때 이 회장이 했던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말은 신경영을 대변하는 문구다. 그는 당시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며 혁신과 도약을 주문했다. 양보다 질, 세계 최고 제품에 총력을 쏟았던 결과가 지금의 반도체 최강자 삼성이다.

하지만 굳건할 것만 같았던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은 글로벌 산업 대격변기 안팎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적자는 15조원에 육박했고 인공지능(AI)시대 주도칩으로 부상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겼다. 파운드리에선 2030년 세계 1위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대만 TSMC를 쫓아가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지난해 4·4분기 삼성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1%에 그쳐 TSMC와 격차가 61%로 벌어졌다.

삼성의 HBM이 엔비디아에 납품이 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현실도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모바일 사업에서도 긴장감이 흐른다. 삼성은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애플에 내줬다.

삼성이 신경영 선언일을 별다른 행사 없이 보내는 것도 이런 엄혹한 현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다시 회복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은 이제 핵심 과제가 됐다. 삼성은 정기 인사도 아닌 시기에 반도체 수장을 전격 교체하고 임원들의 주 6일 근무를 확대하고 있다. 느슨한 분위기를 다잡고 전면적인 쇄신을 통해 경쟁력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다행히 향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 당분간 활황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흐름에 올라타 총력전을 펼친다면 삼성은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노조의 협력은 필수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이 비상한 시기 창사 이래 첫 파업을 강행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억대 연봉의 직원이 수두룩한데 사측의 5% 임금인상을 거부하고 협상을 결렬시켰다. 전삼노는 7일 단체 연차휴가로 시작해 총파업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당장 연차 파업 영향이 크진 않더라도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총파업까지 번질 경우 생산 피해는 예측조차 어렵다. 더욱이 전삼노 조합원 대부분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소속이다.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공장의 경우 생산 라인이 멈출 시 수천억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현장에선 노노 갈등도 쌓여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전삼노의 행보를 두고 직원들 복지보다 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노사와 노노가 대결하며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없다. 험난한 시기 노조가 회사에 힘을 보태야 하는 건 두말을 요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