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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좋다, 예쁠 것 같다”...악성민원 원천 차단 위한 강력한 대응 방안 '절실'

음담패설·반복민원·위협행위 등 보험사 악성민원 심각
악성민원인 개념정의·대응방안 마련 시급하다는 지적
블랙컨슈머 리스트화·상담원 피해실태 공론화 필요
일본·호주 사례도 주목

“목소리가 좋다, 예쁠 것 같다”...악성민원 원천 차단 위한 강력한 대응 방안 '절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보험업계 주요 악성민원 유형 및 사례
구분 주요내용
반복민원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 8개월 간 동일한 내용으로 총 1621건의 민원 제기
민원조장 *악성민원 성공사례를 인터넷에 공유해 조장하는 사례: 인터넷(카페)를 통해 "담당자를 괴롭혀야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의견을 전파(댓글 작업 등)
음담패설 *여성 상담원들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는 사례: "어제 남자친구와 뭘 했길래 내 말에 집중을 못해?"
억지주장 *정상적인 보험금 지급에도 억지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 보험금이 당일(휴일) 지급되지 않았다며 민원 제기
금품요구 *비정상적인 금품 요구 사례: 보험사의 심사 협조 요청에 1000만원 금품 요구
위협행위 *욕설 및 폭언과 위협을 가한 사례: 상담원에게 가족 살해 협박
(손해보험협회)

[파이낸셜뉴스] “아줌마”, “결혼은 했나?”, “여자가 말이야~”, “목소리가 좋다, 예쁠 것 같다”, “어제 남자친구와 뭘 했길래 내 말에 집중을 못하냐”.
보험사 여성 콜센터 상담원을 대상으로 한 업무와 무관한 성희롱 발언 사례들이다. 한 민원인은 약 일주일 동안 보험사 콜센터 상담원에게 총 168회 전화를 걸어 업무와 무관한 음담패설을 했고 피해를 입은 상담원은 100여 명에 달했다. 이에 A사는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 및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에 따라 고소를 진행했고, 해당 민원인은 징역 8개월 및 성폭력 치료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사들에 주로 접수되는 악성민원 유형은 음담패설 외에도 반복민원, 민원조장, 억지주장, 금품요구, 위협행위 등으로 다양했다. 현재 이 같은 민원에 대처하기 위한 문제행동민원소비자 응대 메뉴얼도 마련돼 있으나, 법률적 판단에 따른 강력 대응의 부담과 세부적인 기준 부재 등의 요인으로 실행에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악성민원인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 분명한 기준, 구체적인 대응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악성민원에 대한 정의와 세부기준 마련 必
손해보험협회 측은 "민원처리 안내문 발송 시, 문제행동 유형과 허위 주장의 경우 업무방해에 해당될 수 있으며 처벌될 수 있음을 적시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악성민원을 분류하는 기준이 마련되면 금융회사도 보다 효율적으로 악성민원인에게 대응할 수 있으며,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과잉행동을 억제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원 평가제도 기준 정비 및 악성민원 통계 수집·관리 필요성도 언급됐다. 감독당국에서 금융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악성민원인에 대한 통계자료를 별도로 관리해 수집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거나 정상민원과 악성민원을 구분해 악성민원은 민원 통계에서 제외하는 등 민원관리시스템을 합리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악성민원 분류기준에 따라 분류된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민원관리시스템에 수시로 입력할 수 있도록 하고, 금감원에서도 수시로 분류의 적정성을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악성민원 근절을 위해 △블랙 컨슈머 리스트 데이터베이스(DB)화 △상담원들의 피해 실태 공론화 등을 제시했다. 조혜진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블랙 컨슈머들의 경우 반복적으로 상담원을 괴롭히기 위해 불평을 제기하는 경향이 있어 상담원들이 제대로 된 민원 처리를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악성 민원을 제기했던 '요주의 인물'을 리스트화해 예방·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익광고 등의 수단을 활용해 민원인의 문제 제기로 인해 극단적 선택까지 이르는 상담원들의 정신적 피해를 수면 위로 올리는 방안도 거론됐다. 조 교수는 "(블랙 컨슈머들의 악성 민원이) 금융사 직원들과 상담사들의 복지를 넘어 궁극적으로 금융 소비자들을 위한 민원을 처리하는 데에 나쁜 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복지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부분을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년 전 금감원이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목소리를 녹음한 음성파일인 '그놈 목소리'를 공개해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이끌어 냈듯이 '인식의 전환'을 위한 창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 호주 등 적극적 대응 사례 참고해야
일본, 호주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이미 악성민원 근절을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산별노동조합에서 마련한 ‘악질 클레임의 정의와 그 대응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총 8개 악질클레임 유형(장시간 구속형, 반복형, 폭언형, 폭력형, 위협·협박형, 권위형, 점포 외 구속, 인터넷 비방형)별 판단기준과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 주 내용이다.
일례로 장시간 구속형 악질클레임의 경우 일정시간(20분)을 초과해 클레임 대응을 강요하거나 30분이 지나도 민원인을 이해시킬 수 없을 경우 돌아갈 것을 요청하고, 돌아가지 않을 경우 퇴거를 요구하며 경우에 따라 경찰에 연락하도록 하고 있다.

호주 또한 정부기관에 대한 많은 민원을 해결하는 옴부즈만에서 고질민원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지속적으로 담당직원 또는 직원의 가족을 공격·귀찮게 하거나 스토킹 내지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경우 △담당 기관을 방문해 육체적인 폭력을 행사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를 지속하는 경우 △담당기관의 직원이나 담당 기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제3자를 위협하거나, 담당 기관을 방문하여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무기를 소지하거나 폭탄위협을 하는 경우 △담당 기관을 방문해 직원을 구금하는 행동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악성민원인이 담당기관에 더 이상 민원을 제기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조치하고 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