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거액 무모하게 송금..비난가능성 높아"
변호인 "재판장, 세루지오 모루 판사 떠올라"
"김성태는 정직, 이화영은 거짓말쟁이 전제로 한 재판"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이 전 부지사 측 김현철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른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의 핵심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2022년 10월 이 전 부지사가 재판에 넘겨진 뒤 1년8개월 만의 결론이다.
혐의 상당수 유죄…”비합리적 변명 일관”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7일 오후 2시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과 벌금 2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3억2595만원의 추징도 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징역 1년6개월, 특가법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 전 부지사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인 뇌물 혐의다. 2018년 7월∼2022년 7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 및 법인차량 사용을 제공받고,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 지급 등의 방법으로 3억원이 넘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내용이다.
또 하나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800만달러(경기도 스마트팜·도지사 방북 비용)를 북한 측 인사에 전달했다는 대북송금 사건에 관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와 정치자금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상당수를 유죄로 인정했다. 쌍방울그룹 직원으로 하여금 내부 PC 하드디스크를 파쇄 및 교체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 인멸을 교사했다는 혐의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상당한 정치적 경력을 갖춘 고위 공무원으로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유력 정치인과 사기업 간의 유착관계의 단절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음에도 이러한 기대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공적인 지위를 이용해, 사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했고, 음성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함으로써 외교·안보상 문제를 일으켰다”며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전 부지사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일관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재명에 보고' 언급…"사건과 무관...김성태 행위 동기로 설명"
특히 이번 재판에서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관여 여부를 두고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의 갈등이 지속됐다. 쌍방울이 북한에 송금한 금액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비 명목 등이었는데,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 최고 결재권자였던 이 대표에게 이 같은 대북송금 사실을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 등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검찰 진술을 번복하며 검찰의 회유·압박이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청사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이른바 ‘술판 의혹’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대표의 연루 여부에 대해 직접적인 판단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남북 경제협력 정책 등을 도지사에 보고하는 등 포괄적이고 실무적인 업무를 전담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지만, 실제로 보고했는지 여부는 이 사건과 공소사실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부분은 김 전 회장 행동의 동기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이 사실을 알았는지가 이 전 부지사 사건에 대한 판단과는 무관하더라도, 당시 쌍방울이 대북사업과 같은 불투명한 사업을 추진했던 배경으로는 설명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번 재판은 이 전 부지사 개인의 재판임과 동시에 이 대표와 대북송금 의혹 간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이날 재판 시작 전부터 수원지법 청사 앞에서는 횡단보도를 두고 이 대표 지지단체와 규탄단체 수십 명 간 대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쪽은 '이재명을 구속하라'는 플래카드를, 다른 한쪽은 '정치 검찰 해체' 등을 내건 플래카드를 두고 맞섰다. 양측의 고성과 함께 충돌이 발생하면서 경찰이 제지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뉴스1
변호인 "건실한 중견기업 쌍방울? 귀를 의심"...울먹이기도
이 전 부지사 측은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귀를 의심했다"며 "항소를 준비하겠다"고 반발했다.
이 전 부지사의 법률대리인 김현철 변호사와 김광민 변호사는 선고를 마치고 수원지법 청사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재판부가 편파적으로 증거를 취사선택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현철 변호사는 이날 재판장인 신진우 부장판사를 두고 "브라질 룰라 대통령을 부패 뇌물 사건으로 조작해 구속했던 세르지오 모루 판사가 떠오른다"며 "사실 이런 결과를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다음 항소심에서 평균적인 법관이 판단한다면 결과는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민주당에서 준비하는 (대북송금) 특검법이 추진된다면 어설프게 조작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질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이 전 부지사에게 너무 긴 시간 동안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김광민 변호사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오늘 재판부가 건실한 중견기업 쌍방울 정도 되는 규모의 기업에서 (대북사업을)했다고 판단하기에 어렵다고 한 말을 듣고 제 귀를 의심했다"며 "김성태는 정직하고 이화영은 거짓말쟁이라는 전제를 깔아놓은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 재판부 자체도 인정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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