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이명철 변호사 인터뷰
22대 국회 개원…'노란봉투법' 등 노동 법안 추진
법무법인 율촌 이명철 변호사. /사진=율촌
[파이낸셜뉴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민생법안들이 줄줄이 폐기되면서 새로 개원한 22대 국회의 입법 활동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양한 법안의 제·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동 관련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도 예상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선 개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이 재추진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가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원청 업체의 책임 범위를 넓히고, 쟁의행위(파업)를 이유로 회사가 노조원에게 무분별하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을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법무법인 율촌 이명철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는 "시대 변화로 인해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한 보호장치는 강회되는 추세여서 관련법 발의 역시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 본다"면서도 "노란봉투법이 원안 그대로 시행되면 쟁의행위에 대한 무분별한 면죄부를 줄 수 있고, 원·하청 노조간 단일화 이슈도 명쾌하게 지침에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으로 지난 3월 율촌에 합류한 이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근로조 총괄연구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불법행위 면죄부 우려...꼼꼼한 입법 필요
이 변호사는 '노란봉투법'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꼼꼼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란봉투법이 노동자들의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해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재계에서도 자칫 불법 쟁의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 변호사는 "노동법에서 노동자 보호를 위해 합법적 쟁의행위에 대해선 배상 책임을 면제해주고 있다"며 "하지만 불법 행위로 분명한 손해를 가했음에도 배상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줘야 한다'는 민사법 대원리를 어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손해배상 소송을 악용해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을 막는다는 측면에서는 책임 제한이 당연히 필요하다"며 "그러나 위법한 쟁의행위라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했다면, 기업이 당사자에게 원칙적으로 배상 책임을 묻도록 주는 것이 공평한 룰"이라고 덧붙였다.
원·하청 노조 단일화 기준 정해야
이 변호사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와도 교섭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노란봉투법 원안에 대해서도 22대 국회에서 구체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조가 2곳 이상일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 해야 하는데, 원·하청 교섭이 이뤄질 경우 단일화를 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단일화 기준이 없이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회사와 노조는 교섭 이후에도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게 법조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그는 "복수노조 시대를 맞이하면서 원청부터 하청까지 여러 노조가 탄생했는데, 현실적으로 원청과 하청 노조 간 단일화가 문제 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규정하지 않으면 노사 모두 혼란이 생길 수 있으므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경우 안전조치 강화 등 산업안전 관련 부분에 대한 교섭은 허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근로자 보호를 넘어 원청에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까지 입법되는 것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근로자 지위 보장 강화 추세"
법조계에선 노란봉투법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지만 앞으로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지속 발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변호사는 노동자 권리 보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법 제정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 변호사는 "과거 노동자의 열악한 지위가 문제였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며 강행법규로 노동자를 보호했다"며 "물론 아직 열악한 처지에 있는 근로자도 존재하지만, 근로자들의 지위가 많이 향상된 만큼 시대 변화를 반영한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은 '모 아니면 도'처럼 근로자에 해당하면 근로시간과 퇴직금 지급 등을 강력히 보호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예 보장을 못 받고 있다"며 "근로 관계가 다양해짐에 따라 보호 수준도 다양화해 각자 역학관계에 맞춰 보장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