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상임위원장 선출 갈등
견제와 균형 원리 작동해야
여야가 상임위원회를 배분하는 원구성 문제를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신호등 너머로 22대 국회개원 축하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22대 국회가 초반부터 '반쪽'으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일 첫 본회의를 열어 정식으로 개원했지만, 야당의 단독 소집과 개의에 반발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제헌국회 이후 집권 여당이 불참한 채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날 본회의 목적인 국회의장단 선출도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거대 야당의 주도로 국회의장에는 민주당 출신 우원식 의원이, 민주당 몫 국회부의장에는 이학영 의원이 뽑힌 반면, 여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는 지명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반쪽 국회의 모습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10일 개최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파행은 극에 달할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본회의를 열어 법사·운영위원장 등을 포함해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강행한다는 각오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을 원내 제1당인 민주당 출신이 가져갔으니 법안 통과 '관문' 역할을 하는 법사위는 제2당이 위원장을 맡고, 운영위원장은 관례에 따라 집권당에 배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7곳 상임위 위원장을 21대 후반기처럼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힘의 논리로 보면 민주당이 주요 상임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갈 공산이 크다. 만약, 국민의힘이 원구성 협의를 계속 보이콧한다면 나머지 상임위원장도 독식할 태세다. 22대 국회 초반의 모습은 4년 내내 대립과 반목으로 최악의 국회로 기억된 21대 국회보다 더 나빠질 듯하다는 점에서 걱정된다. 21대 국회에서 우리가 본 것은 여야 협치 정신의 상실이었다. 의석수대로 국회 운영을 재단해버리면 어떤 입법과 정책도 파행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목도했다. 그런데 22대 국회 역시 개원 초부터 여야 강경론만 득세하는 모양새다.
현재 쟁점은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이 핵심이다.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 자리는 민주당 11곳, 여당 7곳으로 나누는 데 큰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둘러싼 입장 차다.
예전에도 원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가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정상 국회로 만들기 위해 양보와 협상으로 합의 정신을 추구해온 게 사실이다. 여야 합의 정신은 다수결의 원리와 소수 의견 존중을 절묘하게 융합시키는 것이다. 선거를 통한 의석수에 따라 다수결로 의사를 결정하면서도 소수 의견도 배려해 타협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다.
특히 원구성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야당 독주로 국회 입법을 밀어붙인 결과 민생 법안들이 대거 폐기됐던 21대 국회의 전철을 다시 밟아선 안 된다. 상임위 구성 과정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제대로 된 협상력을 발휘해, 생산적 국회로 나아가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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