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기획부 신설 추진 따라
여가부 축소·폐지 논란 재점화
유엔은 "여가부 기능 유지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 폐지'가 이제 막 문을 연 22대 국회에서는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현숙 전 장관의 사표가 지난 2월20일 수리된 이후 3개월 넘게 공석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이 도마에 오르면서 여가부 폐지론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반면 국제사회는 여가부 장관 임명을 권고하는 등 정부의 입장에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대통령이 이달 예정된 개각에 새로운 여가부 수장을 인선할지 주목된다.
9일 정부부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여가부 폐지 논의는 22대 국회에서 또다시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같은 해 10월 여가부 폐지 조항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설치해 여가부가 현재 담당하는 가족·청소년·폭력피해자 지원·양성평등정책 분야를 이관하고 고용노동부에 여성 고용 관련 업무를 이관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하지만 이 법안은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지난달 29일 21대 국회가 폐원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여가부 폐지 반대'에 맞불 격으로 김행 전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이후로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장관 자리를 비워둠으로써 부처의 힘을 빼고, 여가부 폐지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총선 이후 여소야대 구도를 뒤집어 여가부 폐지에 대한 동력을 되살릴 심산이었지만 발목이 잡혔다. 범야권이 192석을 가져가면서 여소야대 구도는 21대 국회보다 더 심화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기획부' 신설 카드를 꺼냈다. 전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저출생 관련 정책을 한곳에 모아 문제 해결을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저출생기획부가 신설되면 여가부의 주요 기능이 이관돼 부처로서의 입지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야당은 저출생기획부 신설이 여가부 폐지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여가부 장관을 고의적으로 비워두고 있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대통령의 직무를 심각하게 유기하는 것"이라며 "저출생기획부를 만들면서 여가부를 슬쩍 해체할 의도라면 꼼수 미몽에서 깨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 가운데 국제사회마저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고 나서 정부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유엔(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지난주 "여가부 폐지 법안을 철회하고 지체없이 장관을 임명하라"며 "어떠한 조직개편에서도 그 기능을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은 197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조약으로 전 세계 협약 당사국들이 양성평등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지침이 되는 일종의 '권리장전'으로도 불린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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