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외교관계 단절 30여년 대만, 청년세대엔 필수 여행지로 자리 잡아
-작지만 강한 대만, 中 현상변경 행태 관련 국제정치 중심지대에 놓여
-中, 무력 대만 통일 '하나의 중국' 추구는 전 세계 문제로 비화된 상황
-유엔 가입도 차단된 국가 아닌 대만, 자유민주 국가의 정체성·열정 지녀
-中 해양강압에 맞선 대만 해순서(해양경찰청), 작지만 약하지 않은 전력
-대만해협 연안 넘어, 서태평양 전체 포함 사실상 국가 전력 강조...인상적
-인-태전략 지향...한국의 해경과 해군, 한반도 넘어 전 세계 대양 바라봐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최근 한국에서 대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년세대에서 대만이 필수 여행지 중 한 곳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만 여행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타이베이101은 이미 유명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높아진 상황과는 많이 대조적이다. 중국과 달리 대만은 비수교국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다. 1992년 한국이 중국과 수교를 위해 대만과는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한 지 30여년이 흐른 지금 외교관계와 달리 사회적 소통은 활발한 것이다.
대만 인구는 약 2360만명으로 적다고 할 수 없지만, 국토면적은 한국의 3분의 1 정도로 크지 않다. 그렇지만 대만은 '작지만 강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대만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를 보유하고 있다. 작지만 세계 최대로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것은 '작지만 강한 대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TSMC와 대만 덤플링(만두) 등으로 대만에 대한 인지도가 한국에서도 높아지고 있지만, 대만은 단지 반도체와 여행지를 넘어 사실 국제정치의 중심지대에 놓여 있는 곳이다.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전 세계가 주목한 것은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대만이 국제정치적으로 그 중요성이 높아진 것은 중국의 현상변경 행태와 유의미한 상관성이 있다. 부상한 중국이 현상변경국임을 자처하면서 대만의 가치가 되레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워 필요하다면 무력으로라도 대만과 통일할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놓는 등 무력투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방치하게 된다면 규칙기반 국제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에 대만 문제가 전 세계 문제로 비화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만은 내부적으로 자유주의적 질서를 지키기 위한 열정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을까? 대만은 국제정치적으로는 국가가 아니다. 중국의 방해로 대만의 유엔 가입은 사실상 원천 차단된 상태다. 하지만 대만은 내부적으로는 중화민국(中華民國)이라는 단어를 자랑스러워하며 1912년 건국한 자유의 역사를 지닌 공화국으로 인식한다. 물론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는 진영과 독립을 지향하는 세력으로 나뉘고 있지만 스스로를 공화국의 시민이라 여기면서 일상을 지낼 만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정체성이 있다.
한편 대만은 지리적으로 섬이라는 특성으로 인해서 해양에서 오는 위협에 대비하는 사안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중국이 대만해협 무력현시 등 해양공세를 높이는 상황이라 해양인식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외부에서 바라보던 대만에 대한 이러한 시각에 더해서 대만 내부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를 통해 한국의 해양력에 대해 생각해 지점을 따져보는 기회가 있었다. 한국의 해양경찰청에 해당하는 대만 해순서 본부를 직접 방문했을 당시 임무 현황 등이 포함된 기관 브리핑이 있었고 최근 중국의 해양강압 상황도 설명되었다. 그런데 다소 놀라운 점은 현장방문을 통해 '작지만 약하지 않은' 모습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우선 작은 대만의 해경 전력이 결코 약하지 않았다. 해순서 브리핑 담당자는 해경 함정이 173척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는데 외교적으로는 국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사실 대만의 군사력 순위는 23위 수준으로 결코 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계기도 되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점은 중국의 해양공세에 대응하는 와중에도 대만 당국이 대만해협이나 연안에만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는 것이다. 임무해역 소개 상황도에는 단지 대만해협 뿐 아니라 남중국해, 한반도 해역, 일본 근해까지 포함된 사실상 서태평양 전체를 포함하고 있었다.
해순서 본부와 1시간가량 떨어진 조함훈련장 내부에 새겨진 지도는 단지 서태평양을 넘어서 세계를 향하고 있었다. 해경 부두에 정박된 함정인 CG128(Cutter Yilan)을 방문했을 때는 3000마일(약 4828㎞) 떨어진 일본 동부 해역에서 화재로 조난에 처한 대만 어선을 해당 함정이 직접구조한 사례가 소개되었다. 대만 해경의 구조임무가 먼바다에서도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한 계기였다. 특히 함명 앞에는 ROC(Republic of China)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Taiwan ROC라는 문구도 새겨넣는다며 사실상 국가 전력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작지만 대양을 바라보는 대만'으로 규정하기에 무리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해경과 해군은 어떨까?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으로 군사적으로는 강국이다. 한국은 2022년에는 사실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인도-태평양전략도 발표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만이 대양을 주시한다면 한국이 대양을 주시하는 것은 ‘사치’가 아닌 ‘가치’ 그 자체다. 대만이 먼바다에서도 해양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대만 코앞의 해역을 지키는 역량과 가치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셈법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사고는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해양당국은 아프리카 해역, 북극해, 지중해 등 주요 해역에서 한국의 상선, 어선이 조난 등 도전에 직면하면 자강 기반 해양자산으로 이를 해결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임무해역을 확장시켰는지 아니면 여전히 한반도 해역에 붙박인 지 따져볼 지점은 없을까? 해군본부, 해경청, 작전사령부, 함대사령부 등 한국의 해양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요 기관에서 한반도 전구, 한반도 주변 해역만을 가리키는 지도만 바라보아야 하는 지 아니면 전 세계를 조망하는 대양이 담긴 지도도 바라보아야 하는 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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