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후 추가 음주, 측정 거부 등 꼼수 계속 발생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31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4.05.31. hwang@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기 위해 현장에서 꼼수를 부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고를 낸 후 현장을 떠나 다음날 조사를 받거나,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난 상태에서 추가 음주를 해 "사고 직후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거나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는 사례,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사례 등이 잇따랐다. 경찰 내부에선 사고 후 현장을 떠나는 행위 등에 대한 처벌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은 앞서 가던 차량을 들이 받은 뒤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를 받는 그룹 UN출신 가수 겸 배우 김정훈씨에게 지난달 24일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3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일원동 남부순환로 부근에서 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사고 당시 진로를 변경하던 앞차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창을 3차례 음주 측정을 요구했지만, 김씨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 2011년 7월에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아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운전자의 음주측정 거부 건수는 지난 지난 2022년 기준 4747건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15% 늘었다.
가수 김호중의 교통사고 대처 과정에서도 음주운전 처벌과 관련한 법적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달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택시를 들이받고 경기도의 한 호텔로 도주했다. 김씨는 그곳에서 캔맥주를 산 화면이 포착됐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술을 마시는 일명 '술타기 수법'을 쓰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매니저에게 대리 자수를 사주하기도 했다.
일반인도 형량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7일 연인 사이인 40대 남성 A씨와 20대 여성 B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10시 40분께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이면도로를 달리다가 술에 취해 도로에 누워있는 남성을 보지 못하고 차량으로 남성의 다리를 밟아 전치 10주 상처를 입힌 뒤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동승자 B씨는 사실혼 관계인 A씨를 대신해 자신이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까지 했다. 또 경찰은 A씨가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음주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이들은 혐의를 끝까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교통경찰관은 "음주운전하고 도망간 뒤 술을 먹었다고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위드마크(사고 당시 알코올 수치를 역추산하는 기법)를 적용하려 해도 수치가 나오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김호중 사건으로 꼼수가 더 늘어날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관련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검찰청도 지난달 김호중 사건과 관련해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한 바 있다.
제도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21년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음주측정 거부 시 법정 형량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앤엘)는 "음주측정 거부가 결코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음주운전 자체에 대한 처벌이 아직도 약하다고 봐야 한다"며 "음주운전 처벌을 높이고 측정 거부 등에 대해서도 상응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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