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여행적자, K콘텐츠 특수 살리고 인프라 개선을

경상수지 1년 만에 다시 적자
관광자원 살려야 내수도 회복

[fn사설] 여행적자, K콘텐츠 특수 살리고 인프라 개선을
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상수지가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상수지는 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이 살아나면서 상품수지 흑자는 계속됐으나 흑자 폭이 다른 부문 적자까지 상쇄할 규모는 아니었다. 경상적자는 외국인 배당 지급시기 등과 맞물린 계절적 요인 탓도 없진 않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나아질 순 있겠으나 걱정스러운 것은 서비스 적자다. 서비스수지는 22개월째 적자였다. 계속 이대로 두면 매번 경상수지 발목을 잡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거시경제 관리 차원에서라도 적절한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서비스 적자 중 심각한 것이 여행수지다. 4월 서비스 적자 16억6000만달러는 절반이 여행수지 때문이었다. 중국 관광객을 중심으로 여행수입이 소폭 늘어 적자 폭이 전달에 비해 줄긴 했으나 1년 전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두배가 넘는다. 4월 누적 통계로 여행수지 적자는 47억달러에 이른다. 여행수지 적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만큼 그동안 내놓은 대책들이 대부분 효과가 없었다는 뜻도 된다.

해외로 나가는 출국자는 넘치고 이에 비례해 들어와야 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충분치 않았다. 통계를 보면 지난달 출국자 수는 코로나19 이전의 95%가량을 회복한 상태지만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88% 수준이다. 중국 단체관광객 유입이 예전 같지 않은 영향도 있겠지만 한류 열풍으로 한국 인지도가 급상승 중인데도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곳곳에서 불고 있는 K팝, K콘텐츠, K뷰티, K푸드 열풍은 놀라울 정도다. 김밥이 불티나게 팔리고 한국 드라마가 OTT를 장악한 지 오래다. 해외 K푸드 행사장에서 붉닭면, 떡볶이를 먹겠다고 하루종일 줄을 선 외국인들 동영상도 화제다. 농식품 수출 주력군이 된 라면은 지난달엔 1억달러 수출을 올렸다. 한국의 매력과 질 좋은 K상품이 현지 소비력을 키운 것이다. 이를 다시 관광으로 끌어내야 하는데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K콘텐츠와 연계된 관광전략과 대대적인 관광인프라 정비가 시급하다. 숙박시설 할인쿠폰 지급 같은 단발성 정책으로 만성화된 여행수지 적자 기조를 바꾸기는 역부족이다. 내외국인 할 것 없이 한결같이 지적한 것이 가성비 낮은 숙박시설, 빈약한 여행콘텐츠, 바가지 상술이다. 매번 나온 요구사항인데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에 당국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해외 관광객들의 여행패턴이 과거와 다른 경향을 보인다는 점도 고려할 대상이다. 단체여행의 영향력이 줄고, 개별관광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여행 취향도 K콘텐츠나 캠핑, 식도락 체험형으로 바뀌고 있다. SNS에 올릴 스토리가 필요한 젊은 세대를 위해 맞춤 서비스가 필요하다.

국내 관광 기반이 튼튼해지면 해외로 가는 내국인의 발길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가격과 서비스, 여행 만족도 면에서 제주보다 일본을 선호하는 이들이 더 많다. 팬데믹 기간 내국인의 발이 묶이는 바람에 특수를 누렸던 지역들은 이제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해외출국자를 국내 여행지에서 대거 흡수하면 부진한 내수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