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남산공원 두고 의견충돌
주민 63% "시민 휴식공간으로"
300억 쏟아 문화예술공원 조성
일각서 관광지 역할 필요 주장
"에스컬레이터·대관람차 보완"
전남 여수시가 300억원을 들여 조성한 남산공원. 여수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여수=황태종 기자】 전남 여수시 소재 남산공원이 시민 휴식공간으로 남을지 아니면 대규모 관광지로 조성할지 여부를 두고 다시 갈림길에 놓였다. 이미 자연친화형 근린공원으로 조성한 가운데 관광객 유치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랜드마크 기능 보강을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다. 대관람차나 관광용 외부 에스컬레이터 설치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여수시에 따르면 남산공원은 지난 2012년 토지 보상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0여년 동안 총 사업비 300억원이 투입해 조성됐다.
시는 이 과정에서 '관광 시설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자 지난 2019년 지역민 여론 조사를 실시, '관광형 랜드마크 조성(36.7%)'보다 월등히 높게 나온 '자연친화형 도심 근린공원 조성(63.3%)' 의견을 따랐다.
시는 이후 남산공원에 야외미술전시장, 암석원, 미로정원, 잔디광장, 야외무대, 체육시설, 벤치, 전망쉼터, 수국단지 등을 조성했다. 더욱이 남산공원은 천혜의 입지로 가깝게는 장군도를, 멀리는 돌산대교까지 우리나라 대표 해양 관광 도시인 여수시의 빼어난 풍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시는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관광공사 주관 '2024년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선정된 만큼 남산공원을 비롯해 장도, 국동항 등을 여수의 밤을 대표할 새로운 야경 명소로 개발해 '밤의 소리가 특별한 여수'의 매력을 선보이기로 했다. 또 남산공원을 문화예술 대표 공원으로 활성화하고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좋은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 여수밤바다 낭만버스킹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남산공원은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로부터 아직까진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원 입구에서 산 중턱 공원까지 약 700미터에 이르는 보행로의 경사가 가팔라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오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오르려 해도 상부 주차장의 주차면이 10여대에 불과하는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힘들게 발품을 팔아 올라갔는데, 전망 좋은 것 말고는 특별한 게 없어 아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정광조 대교동주민자치회장은 "주민들이 가까이 다가가고 관광객이 찾아와야 하는데, 공원으로 올라가는 보행로의 경사가 가팔라서 올라갈 수가 없다"면서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현재로선 아예 쓸모가 없는 곳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공원이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접근성을 개선하고 기반 시설을 보완해 활용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자연친화형 근린공원을 그대로 유지하되 대관람차나 관광용 외부 에스컬레이터 등의 추가 설치를 통한 랜드마크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진 여수시의원도 "대교동 주민들의 의견 등을 반영해 최근 '남산공원 관광형 랜드마크 조성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결과, 많은 참석자들이 공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관광객도 끌어모을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여수시의 전향적인 검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수지역 시민단체인 여수시민협의회는 이와 관련해 최근 성명을 통해 "도심 근린공원인 남산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면서 "관광형 랜드마크 조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여수시 관계자는 "자연친화형 근린공원 조성은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며 "다만 지대가 높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인근 주민들의 의견과 상부의 좁은 주차공간 등 기반 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또 "인근 주민들의 랜드마크 기능 보강 등의 요구가 공식적으로 접수되면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hwangta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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