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U산 유제품 및 돼지고기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시사
수출을 위해 중국 산둥성 옌타이항에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의 전기자동차들. 지난 1월 자료 사진. AFP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 경제정책의 사령탑격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유럽연합(EU)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결정을 전형적인 이중 잣대라고 비난하면서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발개위는 13일 밤 중국 전기자동차에 대한 EU의 반보조금 조사와 추가 관세 부과 결정은 사실을 무시하고, 불합리한 조사를 정치화한 것이라면서 중국은 보호주의를 반대하며,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개위는 성명을 통해 "2022년 말까지 중국은 신에너지 자동차 구매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끝냈지만, 유럽과 미국은 여전히 대규모 구매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보조금 비율도 중국보다 훨씬 높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는 명백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과 원칙을 위반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중국, "EU 선별적 샘플링, WTO 규정 위반"
이와 함께, "EU 집행위원회가 샘플링에서 유럽 및 미국 기업들을 제외하고, 중국 현지 기업만 선택한 것도 WTO 기준 위반이라면서 중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합법적인 권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보복 수단'으로 거론돼온 EU산 유제품·돼지고기 대상 무역 보호 조사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허야둥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중국 산업계가 EU산 유제품에 대해 반보조금 조사를, EU산 돼지고기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청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중국 국내 산업은 조사 신청을 제기해 정상적 시장 경쟁 질서와 자신의 합법 권리를 지킬 권리가 있다"라고 답했다.
허 대변인은 "사건 접수 조건에 들어맞으면 조사기관은 조사 절차를 개시하고, 법에 따라 대외에 발표·공고한다"라고 덧붙였다.
중 상무부 대변인, 비난 속에서도 EU와 협상 여지 남겨
그는 EU가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해 예고한 '관세 폭탄'에 대해서는 "중국과 EU가 올바르게 공존하는 길을 견지해 대화와 협상으로 마찰을 적절히 처리하기를 촉구한다"며 "중국은 WTO 제소 권리를 갖고 있고,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합법 권익을 흔들림 없이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전날 EU 집행위원회가 '관세 폭탄'을 예고한 직후부터 상무부와 외교부, 기업 및 경제 단체, 관영매체 등을 통해 EU를 비판하고 있다.
다만 지난달 미국의 관세 폭탄 발표 때 노골적 비난을 쏟아냈던 것과는 달리 EU에 대해서는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며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EU가 각계의 객관·이성적 목소리를 경청해 즉시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대화·협상을 통해 경제·무역 마찰을 적절히 처리하기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중국의 EU 비난 수위 조절은 EU 회원국간 이견을 노린 것"이란 분석도
중국이 EU를 비판하면서도 미국과 비교해선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EU 회원국 간 대중국 정책의 이견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독일·스웨덴·헝가리 등 일부가 중국의 보복과 자국 업체에 대한 불이익 등을 우려해 '관세 폭탄'에 반대해왔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잠정 결론을 토대로 17.4∼38.1%포인트의 잠정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려는 계획을 중국 당국과 대상 업체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EU는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상계관세율은 기존 관세에 추가로 적용된다.
내달부터 임시 조처 성격으로 상계관세가 부과될 예정으로, 올해 하반기 EU 27개 회원국이 승인하면 향후 5년간 시행이 확정된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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