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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의회 찾은 트럼프, 소득세 폐지-법인세 감면 언급

트럼프, 의회 폭동 이후 약 3년 만에 의회 인근 방문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에게 소득세 폐지 가능성 언급
대신 관세 인상으로 부족한 세수 메워
애플 팀 쿡 등 기업인들에게는 법인세 인하 약속

3년 만에 의회 찾은 트럼프, 소득세 폐지-법인세 감면 언급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가운데)이 1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의 전국공화당상원위원회 건물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11월 대선까지 약 5개월 앞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재계 지도자들과 만나 소득세 폐지 및 각종 기업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재임 당시에도 '미국우선주의'를 강조했던 트럼프는 부족한 세금을 수입품 관세 인상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지난 2021년 1월 6일 미 국회의사당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벌인 폭동 당시 폭력을 조장했다는 혐의로 형사 기소당한 트럼프는 자신의 생일을 하루 앞둔 1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인근에 도착했다. 퇴임 직후 플로리다주 자택으로 돌아갔던 트럼프는 폭동 사건 이후 약 1년 반이 지난 2022년에 워싱턴DC를 방문했으나, 국회의사당 인근을 방문한 것은 폭동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는 13일 오전에 의사당 주변 공화당 전용 클럽인 ‘캐피탈 힐 클럽’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조찬을 진행했다. 그는 같은날 의사당 주변 전국공화당상원위원회 건물에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켄터키주) 및 다른 상원의원들과 만났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트럼프에게 생일 선물을 건네는 등 열렬한 지지를 표했다.

의원들에게 관세로 소득세 대체 언급
미 경제매체 CNBC는 현장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하원의원 모임에서 관세로 소득세를 대체하는 방안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관세를 이용해 악의적인 세력을 압박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소득세를 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2017년 재임 당시 2025년까지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인하하고, 법인세 최고세율 또한 35%에서 21%로 낮추는 임시 감세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는 감세를 통한 소비촉진을 강조하면서도 대규모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 트럼프는 동맹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무역과 안보 분야에서 미국을 이용했다며 감세로 인해 모자란 돈을 외국에서 받겠다는 논리를 펼쳤다. 트럼프는 지난해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제품을 정가 이하로 판매한다면 자동으로 약 10%의 관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통한 수입으로 빚을 갚고 법인세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정치매체 더힐은 트럼프가 13일 모임에서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 정책에 맞서 미 기업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관세를 이용하는 방안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선거 캠프는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임 당시 "많은 내용들이 논의됐다"며 구체적인 논평을 피했다. 같은날 데이비드 카민 미 뉴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소득세를 관세로 광범위하게 대체하는 것은 저소득층과 중산층 미국인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고소득층에게는 보상을 주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비난했다.

3년 만에 의회 찾은 트럼프, 소득세 폐지-법인세 감면 언급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전국공화당상원위원회 건물에서 직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팻말을 설치하고 있다.AP뉴시스

기업인들에게 감세 및 규제 철폐 약속
트럼프는 13일 상원의원들과 만나기 전에 기업인 행사에 참석했다. 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협의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비공개 분기 총회를 열었다. BRT는 트럼프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모두에게 초청장을 보냈으나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로 이탈리아에 가야 하는 바이든은 제프 자이언츠 비서실장을 대신 보냈다.

이날 행사에는 약 200개의 BRT 회원사 가운데 약 100개의 CEO들이 참석했다. 애플의 팀 쿡,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야 나델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등 일부 대기업 CEO들은 G7 회의 때문에 바이든과 함께 이탈리아로 향했다.

참가자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번 회의에서 21%로 낮췄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9월 NBC방송 인터뷰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15%로 낮출 것이냐는 질문에 "가능하다면 조금 낮추고 싶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한 CEO는 트럼프가 "예전에 가끔 봤던 것과 달리 확고하게 친기업적인 인상을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동석했던 다른 CEO는 "그저 우리가 앞서 수백번 접했던 트럼프와 같았으며 단지 좀 더 부드러웠다"고 평했다.
트럼프는 이날 식당과 골프장에서 종업원에게 건네는 팁에 세금을 없애겠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의 스티븐 무어 경제 고문은 트럼프가 기업 규제 완화 및 관세를 강조하는 동시에 외국을 향한 "협상 전략"으로 수입품 관세를 이용하는 방안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트럼프가 2025년에 만료되는 임시 감세법안을 연장한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