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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증시, 2년 만에 최악의 1주일...시총 222조원 사라져

[파이낸셜뉴스]
파리 증시, 2년 만에 최악의 1주일...시총 222조원 사라져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RN) 대표인 마린 르펜(가운데 갈색 코트)이 14일(현지시간) 북부 에낭보몽 시장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극우, 신 좌파 정당 돌풍 우려 속에 이번 주에 시가총액 222조원이 사라졌다. 로이터 뉴스1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가 2022년 이후 2년 만에 최악의 1주일을 보냈다.

CAC40 지수는 이번 주 6% 넘게 폭락했다. 사라진 시가총액 규모만 1500억유로(약 222조원)에 이른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국민전선(RN)과 신 좌파 포퓰리스트들이 압승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 계획을 밝힌 것이 주가 폭락 방아쇠가 됐다.

투자자들은 프랑스 의회에서 포퓰리즘이 세력을 넓힐 것이라는 우려 속에 주식을 내던졌다.

마크롱 중도연합, 소수 전락 우려


CAC40 지수는 마크롱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돌연 조기총선 계획을 발표하자 이번 주 닷새 거래일 동안 6% 넘게 폭락했다.

2022년 3월 이후 주간 단위 낙폭으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CAC40 지수는 14일에도 2.7% 급락했다.

특히 규제 변화에 취약한 은행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규모 재정지출을 약속하며 부상한 신 좌파와 극우 마린 르펜의 RN 사이에서 마크롱의 중도파가 설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마크롱은 중도 좌파, 중도 우파와 연합해 의회를 장악해왔지만 이번에 신 좌파와 극우가 약진하면서 의회 세력을 이들 포퓰리스트들에게 내줘야 할지도 모르게 생겼다.

채무 위기


브뤼노 르마레 재무장관은 집권 여당에 타격을 준 극우 RN의 선거 승리는 리즈 트러스 영국 전 총리 시절 시장을 혼란으로 밀어 넣었던 것과 비슷한 '채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말버러그룹 펀드매니저 제임스 애시도 극우가 세를 불리면 '재정건전성 책임'을 다 할 개연성이 낮아진다면서 극심한 재정적자로 유럽연합(EU)과 충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시는 "RN이 압승을 거두지 못한다고 해도 상황은 결코 안정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시장은 불확실성, 불안정성, 변동을 혐오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증시 타격

프랑스에 새로운 포퓰리스트 정부가 들어설지 모른다는 우려는 파리 증시에만 충격을 준 것이 아니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유럽 증시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톡스유럽600 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악의 1주일을 보냈다.

바클레이스는 유럽 주식 '비중확대' 추천에서 발을 뺐다.

바클레이스는 "프랑스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유럽 지역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20개국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통화인 유로는 이번 1주일 동안 가치가 하락했다.

미국 달러에 대해 1% 하락해 유로당 1.07달러 선이 무너졌다.

제프리스의 유럽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모힛 쿠마르는 개혁 정체, 신용등급 강등, 유로존 해체 논의 부상 등에 대한 우려로 시장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