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 세리에A의 팀 칼리아리에 입단 당시 한광성의 모습.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카타르에서 쫓겨난 그는 왜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했을까. ‘인민 호날두’라는 별명을 가진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26)이 중국에 있는 북한대사관에 갇혀 2~3년 혼자 훈련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축구팀에서 선수로 활동했던 재일교포 출신 안영학 축구감독은 지난 1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광성은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 갇혀 2~3년 정도 혼자 훈련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한광성 선수는 카타르 스타스 리그에 소속된 축구팀인 ‘알두하일’과의 계약이 해지된 이후 종적을 감추며 3년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바 있다.
한씨는 1998년생으로 지난 2013년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엘리트 축구선수 육성을 목표로 설립한 평양국제축구학교 출신이다.
북한 정부의 지원으로 스페인 유학길에 올라 지난 2017년 이탈리아 1부리그 세리에A 소속 칼리아리의 유소년 구단에 입단했다. 2020년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의 명문 구단인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중동 카타르의 알 두하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부터 그의 커리어가 꼬이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이 계속되자 북한 국적 해외 노동자를 추방하도록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규정이 담긴 대북제재 결의가 2019년부터 효력을 가졌고 한광성 선수도 더 이상 해외무대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방출된지 1달 후 말레이시아 슈퍼리그의 팀인 슬랑오르 FC에서 한광성의 임대영입 의사를 타진했지만 불발됐다.
이후 카타르 도하에서 이탈리아 로마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전해졌지만, 이탈리아가 아니라 중국 주재 대사관에 3년간 갇혀서 개인 훈련만 했음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안영학 감독은 "한광성이 중국에 갇혀있었던 기간에 조금 더 빨리 북한 축구팀으로 돌아가 활동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해외로 진출한 북한 선수들은 수입의 일정 비율을 ‘충성 자금’으로 당국에 바쳐왔는데, 한광성 선수는 알 두하일 구단과 계약할 당시 “북한에 돈을 송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한 후 이를 어기고 매달 8만파운드(약 1억 3000만원)의 자금을 북한으로 불법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한씨와 함께 뛰었던 호주 출신 니클라스 패닝턴은 지난해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광성은 참으로 딱한 축구 인생을 산 것 같다"며 “한광성은 평생 축구만 했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축구를 빼앗겼다. 한광성은 쉽게 적응했지만, 자신이 ‘경호원’이라 부르는 사람과 늘 동행했으며 한광성에게 북한에 대해 물을 때마다 대화가 갑자기 끊겼다. 그저 ‘그냥 좋아. 그게 다야’라고만 답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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