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벌금 500만원 원심 유지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수사팀이 자신을 사찰했다는 발언을 했다가 고소당한 유시민(65)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대법원이 일부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7일 오전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이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유 전 이사장은 2020년 7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가 과거 검찰총장의 언행과 검찰의 행태에 대해 지적했기 때문에 한동훈 검사가 나를 수사하기 위해 노무현재단 계좌도 뒤지는 등 불법사찰을 했다"는 등의 취지로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유 전 이사장은 이보다 앞선 같은 해 4월에도 "2019년께부터 나의 비리를 찾기 위해 계좌를 다 들여다봤다고 추측하고, 이를 한동훈 검사를 포함한 검찰 사단이 한 일이라고 본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언론과 인터뷰와 유튜브 방송에서 같은 입장을 유지하다가 입장을 바꿔 2021년 1월 재단 홈페이지에 '제가 제기한 계좌추적 의혹을 입증할 수 없었고, 그 의혹이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검찰은 그러나 피해자(한 전 장관)가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피고인(유 전 이사장)을 저지하거나 표적 수사하기 위한 부정한 의도로 수사(지휘)권을 남용해 직접 또는 감찰을 동원, 노무현재단 명의의 계좌를 열람·입수했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으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소했다.
1심은 2020년 4월 발언은 무죄로 봤지만, 9월 언급한 내용은 죄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유 전 이사장과 검사가 항소했지만 2심 법원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검언유착 의혹과는 별개의 사실관계에 관한 것으로 부수적인 언급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의견 표명이 아니라 ‘피해자가 피고인을 형사처벌하기 위해 재단 계좌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불법사찰을 했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의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의도적으로 재단 계좌로부터 정보를 입수하려고 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어 피고인의 발언은 허위내용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허위성의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리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비방의 목적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4월 발언 부분의 경우 재단 사무총장의 잘못된 보고를 근거로 검찰이 피고인을 불법 사찰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한 행동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허위성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선고했다.
따라서 쟁점은 2020년 4월과 7월 발언에 대한 원심의 유·무죄 판단이 정당한 지가 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사와 유 전 이사장의 상고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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