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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보험금 지급안됐다" 항의... 보험기간 만료 후 치료비 요구도[악성민원에 멍드는 보험산업]

(3) ‘억지주장’ 민원에 골머리

#. 30대 남성 A씨는 휴대폰이 고장나서 수리를 진행한 후 기존에 가입한 휴대폰 보험으로 수리비를 청구했다. A씨는 명절연휴 마지막날 B보험사 앱을 통해 보험금 청구했는데 다음날인 평일 오전에 B보험사 콜센터로 연락해 보험금을 청구한 명절연휴 당일에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B보험사는 보험금 청구일 다음날인 평일 오후에 정상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A씨는 보험금이 지급될 때까지 약 6시간 동안 B보험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보험금과 관련 없는 내용의 B보험사를 비난하는 글을 20건 넘게 올렸다.

또한 보험금이 지급된 후에도 A씨는 상담원이 보험금 청구 후 지급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거짓 주장으로 상담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B보험사 고객센터는 민원인의 불만해소 및 비방글 게시 중단을 위해 몇 차례 유선통화를 시도했으나 A씨는 일방적으로 거부하다가 그 댓가로 정신적 피해보상금 3만원 지급을 요청했고, B보험사는 거절했다. B보험사 상담원은 A씨의 억지 사과 요구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입사한지 한 달 만에 퇴사했다.

위 사례처럼 정상적인 보험금 지급에도 억지 민원을 제기하는 '억지주장'은 악성민원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힌다. 휴일에 청구한 보험금이 당일 즉시 입금되지 않았다고 항의하거나 보험기간 만료 후 발생한 치료비를 지급하라며 민원을 제기하는 식이다.

17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손해보험민원 총 3만2772건 가운데 소비자의 억지보상요구 민원은 415건으로 약 1.3%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면책 기간(암보험, 치아보험 등)에 발생한 사고 보상 요구 308건,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 경과 후 발생한 사고 보상 요구 74건, △실효(보험료가 일정기간 납부되지 않아 계약의 효력이 상실된 상태) 중 발생한 사고 보상 요구는 33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악성민원인들의 경우 보험사기로 귀결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한 대응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해보험협회가 주요 보험사에서 수집한 사례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기간 만료 후 발생된 치료비를 지급하라며 민원을 제기했던 C씨의 경우 민원 처리과정에서 타보험사에서 보험사기 의심자로 내부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장애인인 형을 사칭해 상해보험 체결한 후 철회를 요청하며 본인계좌로 이미 납입한 보험료 환급을 요구한 악성 민원 사례도 있다. D씨는 E보험사의 상해보험 계약을 체결한 후 장애인인 D씨의 형 휴대전화로 형을 사칭해 동일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가입 4일이 지난 뒤 D씨는 계단에서 넘어졌다며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D씨가 가입한 상해보험은 일반상해가 아닌 교통상해만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고 안내했다.

이에 D씨는 E보험사 콜센터에 전화해 욕설과 함께 본인과 형 명의로 가입한 보험계약 모두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E보험사는 형의 보험을 철회하는 경우 납입보험료는 형 명의의 계좌로 환급된다고 안내하자 D씨는 형의 보험 계약 납입보험료도 본인 명의 계좌로 납입하라며 욕설과 함께 담당자를 협박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