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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백두산 폭발 100년 주기설

[강남시선] 백두산 폭발 100년 주기설
김경수 전국부장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백두산은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지만 100% 분화가 예정된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슈퍼 활화산'이다. 수년 전 국내외 화산 전문가들이 국회에 모여 백두산 분화 대책 토론회까지 개최하면서 전 국민이 들썩였던 기억이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다. 온라인 검색을 해보면 백두산이 2025년을 기점으로 분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각종 영상들을 여전히 쉽게 접할 수 있다.

유튜브 등에서 나도는 영상들의 요점은 이러하다. 백두산은 100년 주기로 크고 작은 분화를 꾸준히 이어왔다. 그리고 마지막 분화는 지난 1925년에 발생했다. 100년 주기설이 맞다면 내년에 백두산은 분화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백두산은 기원 이후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폭발을 일으킨 화산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인 946년경 히로시마 핵폭탄의 16만배에 달하는 백두산 대폭발이 발생했다. 당시 폭발 규모는 최고 수준인 7이었다. 화산폭발지수는 0~8로 나뉜다.

대폭발을 일으킨 백두산의 화산재는 일본과 미국, 캐나다를 거쳐 아이슬란드까지 퍼졌다. 역사적으로 미스터리인 갑작스러운 발해의 멸망 원인을 두고 백두산 대폭발을 이유로 꼽는 역사학자들까지 있다. 대폭발 이후로도 백두산은 100년 주기로 어김없이 분화했다. 100년 주기설의 오차 범위는 수십년에 불과하다. 폭발의 기록은 역사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 10여차례의 화산활동이 명확히 기록돼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1702년 백두산 폭발을 "연기와 안개 같은 기운이 서북쪽으로부터 갑자기 밀려오면서 하늘과 땅이 캄캄해졌다. 흩날리는 재는 마치 눈처럼 사방에 떨어졌다. 그 높이가 한 치(약 3㎝)쯤 되었다"고 기록했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이 전하는 백두산 분화는 1403년부터 1702년까지 총 네 번이다.

최근 한반도 주변의 잦은 지진과 백두산 분화의 연관성을 찾는 과학자들도 있다. 도호쿠대 다니구치 히로마쓰 명예교수는 "백두산 분화는 늘 일본 대지진 후에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백두산은 일본 대지진 이후인 1373년, 1597년, 1702년, 1925년 등에 분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열도를 넘어 한반도 지진도 잦아지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 1978년 관측 이래 최근 10년 사이 규모 2.0 이상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 중이다. 역대 지진이 가장 많았던 해는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발생한 2016년(252회)이었고,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한 2017년(223회)이 뒤를 이었다. 세번째로 많았던 해는 2018년(115회)이었다. 지난해에도 106회나 지진이 발생해 역대 4번째였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2일 전북 부안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하면서 전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전북 지역에서 규모 4 이상의 지진은 기상청 관측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형 지진은 일본과 가까운 동해나 경북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 큰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백두산 천지에는 20억t의 물이 담겨있다. 만약 백두산이 분화를 시작하면 대재앙급 수증기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일단 내년 백두산 분화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뚜렷한 백두산 분화의 근거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백두산 폭발이 만에 하나 일어나도 편서풍의 영향으로 화산재 등이 동쪽으로 이동해 남쪽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게 상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국내외 일부 과학자들은 여전히 백두산을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산 중의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아쉽게도 냉전 중인 남북한은 백두산 분화에 대한 공동 연구 기회를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백두산 밑에 감춰진 초대형 마그마 웅덩이에 대해 남북한이 공동 정밀조사에 나서길 기대해본다.

rainma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