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부담 커… 구조개선 필요"
기준금리 인하 시점 놓고는
"7월 회의까진 얘기하기 어려워
의견 듣겠지만 독립적으로 결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2%)에 수렴해 나갈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선을 그었다.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전까지는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에 예상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가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했다고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7월 통화정책방향회의까지 기다려주셔야 금통위원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고 데이터도 좀 더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16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금통위원들이 여러 의견을 듣고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에 대해 "5월 전망에 대체로 부합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수출과 내수 간 회복세에 차이가 있어 내수 측면에서의 물가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 오름세는 완만한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2월 3.2%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에 2.7%로 낮아졌다"며 "근원인플레이션율도 같은 기간 2.8%에서 2.2%로 낮아지는 등 기조적인 물가지표들도 하향 안정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둔화되고 있으나 필수소비재 가격은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생활비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을 낮추기 위해 어떤 구조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BOK이슈노트 '우리나라 물가 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식주(의류·신발·식료품·월세) 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0)보다 55% 높았다. 특히 사과(279)·돼지고기(212)·감자(208) 등의 물가가 OECD 평균의 두 배를 상회했다.
한은은 이 같은 문제가 농산물 수입 제한, 고비용 유통구조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농경지 부족과 영세한 영농규모 등 국내 농가의 생산성이 낮은 데다 유통비용이 많이 들고 일부 과일·채소의 경우 수입을 통한 공급도 주요국과 비교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한은은 농산물 수입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수입 제한은 농가를 보호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정책이지만 그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수입의 다양화를 추진하는 것이 좋다"며 "어떤 수준으로 얼마나 빨리 추진할지에 대한 부분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결정해서 고민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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